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직 의사가 그리는
가슴 뭉클한 치유의 세계

P111 의사로서 환자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영광스러운 일이며 활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기쁜 일인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료 현장에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조리가 넘쳐난다 마음 따뜻한 의사가 최선을 다한 덕분에 환자가 건강해진다는 식의 멜로드라마는 완전한 환상이며,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의료는 만만하지 않다 의사가 열심히 한 만큼 환자가 좋아지기만 한다면야 그만큼 편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고로 의사가 살을 깎아가며 노력했음에도 환자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 신뢰의 감정은 종종 분노의 감정으로 바뀐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얻어서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을 때란, 치료의 전망이 긍정적이거나 치료가 끝났을 때 정도일 것이다

P328 의료 현장에는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신이 자비롭다고 믿지는 않는다
의료에, 기적은 없다

P429 후타쓰기 씨는 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응시하고 있다
악착스레 집에 매달리기를 포기한 동시에 치료를 향해 덤비지도 않는다 가혹하고 삼엄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진중하게 살아내려 하고 있다
과연, 헤밍웨이가 말했던 대로다
'용기는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다'
지금의 후타쓰기 씨는 틀림없이 용기 있는 사람이다

P456 이곳은 생과 사의 현장이다
이 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의료인의 책무다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리 없다 명의라면 자신감에 차서 사람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100명의 인간이 100가지 형태로 죽어간다 그 모든 것에 휘둘리면서도 있는 힘껏 곁으로 다가서는 것이 의료인이다
복잡기괴한 의료 현장 속에서 가이드라인은 확실히 필요하다 룰이나 규칙도, 그것이 없다면 더욱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도구다
고작 도구가, 언제부터인가 제멋대로 병원 안을 활보하고 있다 쌓아 올린 도구가 너무 많아서 도구 너머에 뭐가 있는지조차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P484 마음이란 돌고 도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돌고 돌아 다시 온다 그렇게 힘을 얻은 사람은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는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다 가혹한 의료 현장에서 내가 환자와 그 가족을 헤아릴 수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총명한 아내가 나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리라

P505 사람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그것이 일상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라서가 아니다 허무하리만치 쉽게 생명이 스러져가기에 슬픈 것이다
드라마도 기적도 그곳에는 없다
죽음은, 스쳐가는 경치에 지나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혼조병원에 근무하던 내과의 구리하라 이치토는 시나노대학 의학부에 들어가고 소화기내과의로 근무한다 왼쪽 고관절이 고장난 채로 어린 딸 고하루가 태어나고...
여전히 환자를 부르는 구리하라가 맡은 환자가 환자의 가족 그리고 모순덩어리 대학병원의 업무 가이드
현직 의사가 쓴 의료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따뜻한 드라마 한 편 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