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유머와 감동으로 가득 찬 이 시대의 '사랑과 영혼'P35 토마와 라흐마니노프는 이제 일체가 되어 있었다 마치 옆에 앉은 작곡가의 유령이 피아니스트의 손에 사뿐히 손가락을 얹고 연주하는 것처럼…… 마치…….토마는 흘깃 객석을 쳐다보다 첫 번째 열에 앉은 아버지를 발견했다 유령 아버지가 한 젊은 여자의 무릎 위에 떠 있는데 여자는 그 존재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P218 "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야 했는데" 레몽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을 수 있게 나는 너의 롤 모델이 되어 내 방식대로 너를 가르치고 내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했던 거 같아 자신의 인생이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한 죄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네가 이룬 인생은 내 기대 이상이었어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네가 자랑스러워 어엿한 남자가 된 현재의 너는 물론이고, 어릴 때도 너는 이미 기대 이상이었어 너의 결단력, 너의 용기, 타인에 대한 관심, 불가능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너의 눈빛"P227 레몽이 토마에게 다가와 꼭 끌어안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내 아들, 눈물 닦으렴 함께 보내는 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뜻밖의 순간도 맞이했어 학회에 참석하느라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네 아버지로 함께하는 이 여행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야"5주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고 본인의 유골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일생동안 사랑했던 여자의 유골과 합쳐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한다그렇게 시작된 유령 아버지와 아들의 기상천외한 여행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사랑과 우정,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엉뚱하면서도 코믹하고 감동적이다죽음 이후 사후의 세계에 대한 상상이 만든 <고스트 인 러브>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