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가장 큰 세계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P17 서로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P108 이상하게도 낫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더 자주 끝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희망과 의지를 붙잡고 앞으로 걸어가고는 있지만 사실 끝에는 무엇도 없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예감P137 돌이켜보면 놀랍다그러니까 '단숨에 쓰는 것' 말이다 내게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그 체험. 이제는 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직조한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 내면에 쌓여 있던 이야기가 그저 폭발하듯 풀려나왔던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내가 뭔가를 이해했고, 받아들이려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복수하는 마음 나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원하는 마음 그때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저 받아 적었을 뿐이다 평생, 머릿속에 담아왔던 어떤 장면들, 데자뷰처럼 반복되던 어떤 순간들 그래서 나는 계속 쓴다운명이 뒤집힌 그 이야기 속에서 글을 쓰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다 어딘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소녀. 엄마. 친구. 할머니.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나는 그들을 통해 살아 있다아직은 살아 있다작은 시골 해인 마을 소녀들의 이야기와 소녀들이 쓴 글이 교차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첫 장부터 흥미롭고 재미있고 가독성도 좋은데 끝까지 다 읽고 난 후에도 이야기들이 딱 떨어지게 연결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다시 한번 더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