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2집 책장 위 고양이 2
김겨울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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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vol. 2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P68 모든 사랑의 역사엔 밥이 있다 밥을 짓는 누군가의 설익은 마음이 있고 그걸 숨죽여 지켜보는 시간들이 있다 내가 목격한 사랑은 모두 그랬다 그렇게 누군가의 이별을 목격하고 나면 다음 날 집 근처 식당을 일부러 찾아갔다 혼자 주문을 할 때면 주위를 오래도록 두리번거리는 내 버릇과 우연이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 하는 철없는 마음을 이겨내며, 이제는 멈췄을 친구의 사랑을 위해 더운 밥을 한가득 밀어 넣고 싶었다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해주는 것. 천천히 먹고 또 많이 먹으라고 말해주는 것. 간은 잘 맞는지.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을 보내고 온 김치가 알맞게 익었는지. 미지근한 물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오늘 너의 하루는 괜찮았는지 물어봐주는 것. 그렇게 다 물어보고 나서야 밥숟가락을 뜨고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것.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지어 먹어야지 배보프면 배고프다고 말을 해야지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꼭 말해야지

P118 작가란 원래 망한 원고 위에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는 성 같은 것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다

다들 그런 식으로 무언가가 된다

하고, 하고, 또 하고, 또 해서 안 되고, 안 되고, 안 되고, 가끔 조금 된다는 게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점이지만 그래도 대개 그런 것 같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 모두 아마 그런 식으로 가끔 조금 무언가가 된 사람

P132 내게 있어서 망한 원고란 완성해보니 수준이 낮고 너무 못 쓴 글이 아니라, 그렇게 될까 봐 무서워서 시작도 완성도 못 한 생각들이다 잘되든 못되든 일단 던져야 한다 게임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비로소 시작되므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진행하는 '작가 에세이 구독 서비스'이다
책장에 살고 있는 고양이 셸리가 작가들에게 받은 그날의 글을 구독자에게 배송한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에 이은 시즌 두번 째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시즌 1에서 이름만 들어도 '와아~' 싶은 작가님들이 대거 나온 거에 비해 다소 부족한 거 아닌가 싶었다 이름은 들어본 작가님들이지만 책으로 만나본 작가님은 한 분 뿐이었기 때문이다
5명의 작가 9개의 에피소드로 만나는 <책장위고양이> 시즌 두번 째 일단 제목부터 너무 좋았고 글들도 너무 좋았다 새로운 작가님의 좋은 글들을 만나니 읽는 내내 흐뭇했다 요즘 준비하는 일 때문에 책 한 권 완독하기 힘들었는데 책 한 권의 힘과 기쁨을 제대로 느꼈다
<책장위고양이> 다음 시즌은 또 어떤 작가와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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