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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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참견> 작가 고민정이 발견한
무수한 사랑의 가능성들

P64 그런데 있잖아
사랑하다보면 누구나 상처를 입어
실수도 하고 속아 넘어가기도 해

진심인 척 속인 사람이 나쁜 거지
진심이었던 사람이 나쁜 게 아니야
사랑한 척한 사람이 나쁜 거지
사랑한 사람이 나쁜 게 아니잖아

네 탓이 아니야

대신 아플 수 없어서 이렇게 말해

나를 이용해

P73 오랜만에 연락해 와
"다시 만나자, 나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했을 때
통쾌함보다 고마움보다 동질감에 마음이 놓였다
혼자만 괴로운 게 아니었단 사실이
알량한 위로가 되었다

너무 괴로워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별 직전의 우리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지 못해 안달했다면
다시 만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전전긍긍했다
화내지 않았다
싸우지 않았고, 흥분하지 않았다
이해하려고 했고, 이해받고 있었다
처음처럼 뜨겁진 않았지만
서로가 곁에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한 번 잃었던 경험이 있는 우리는
애썼다
그리고
즐겁지 않았다

이별 직후 올랐던 체온,
그만큼도 뜨거워질 수 없음을 알았다
우리가 그리워한 건 서로가 아니라
함께 뜨거웠던 그때의 우리라는 걸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진짜 이별은
그렇게 왔다

P81 정말로 네가 그리웠다면
늦은 밤,
손가락 몇 개로
차마 너를 깨우지 못했겠지

떠난 사람의 연락에 뒤척이지 마

네가 그리운 게 아니야
그저 네가 쉬운 것뿐이야

P140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을
자기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존감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때때로 원치 않게 나는 가해자가 된다

자기애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
자존감의 벽을 허무는 사람

P218 "절기라는 게 참 자연스러우면서도 위대해
이렇게 가을이 오나 봐"
그는 말했고 그녀가 끄덕였다

어느샌가 둘 사이를 감싸는 온도는
달라져 있었다

연인 관계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는 일은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헤어지고 만나는 일은 몇 번을 반복해도 면역체가 생기지 않고 도돌이표처럼 또 돌아가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차마 친구에게조차 털어놓지 못 할 고민들, 책으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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