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 - 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
솜숨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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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

단순함이란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나에게서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해 잘라내는 일, 이건 어쩌면 편집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산책이나 일을 마친 뒤 마시는 맥주같이 중요한 것의 분량을 늘리고, 불필요한 야근이나 모임처럼 하찮은 건 과감하게 생략하는 작업이 인생에 좀 필요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나치게 깎아내리려 하고 상처를 주는 사람은 단호하게 거부하고, 내가 나다울 수 있도록 온전히 존중하는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관계를 힘겹게 끌어 안고 갈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에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만 상처받고 끝나는 노력보다는, 실제로 노련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련함은 테크닉, 즉 기술의 문제이며 기술은 대개 연습량에 따라 달라진다 아니다 싶은 관계는 확실하게 거절하고 감당할 만한 관계는 기꺼이 책임을 지는 연습. 그렇게 단련하다 보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46 사회 초년생 시절의 나는 너무도 만만해서, 좋은 게 좋은 거란 후려치기에 어물어물 넘어갔지만 이제는 못 들은 척 못 본 척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대물림은 끝이 없다 짬밥의 힘은 이런 데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너한테나 좋은 거지. 좋게 좋게 넘어가면 언젠간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탈이 난다

P60 한국 사회는 오래된 것에 유난히 관대한 듯하다 특히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는 "에이, 가족끼리 왜 그래", "친구끼리 뭐 어때"라는 말로 자신의 무신경함을 어물쩍 때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깝다는 이유로 배려와 예의는 단번에 거추장스러워진다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은 진짜일까? 와인을 고를 땐 오래되었는지보다 할인율이 더 중요하고, 십년지기보다 회사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나는 그 말을 자주 의심한다 숙성이 잘된 오래됨도 있지만 부패한 오래됨도 있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성숙하기보다 부패하기가 훨씬 더 쉬운 법이다 고인 물 그대로 썩어버린 사람들을 뉴스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오래된 관계, 잘 아는 사이라는 특별함은 사람과 사람 간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긴장감마저 무너뜨려 자칫 실수를 저지르게 만든다 그래서 마음과 마음 사이의 연결선이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부지런히 잡아당긴다 동등한 마음의 힘으로 계속해서 힘겨루기하듯 마음의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단, 이 게임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이기고 지는 사람 없이 그저 상대 선수를 존중하며 좋은 관계 맺기라는 경기를 지속하는 거다

적당한 긴장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데 더 유용하다 다른 말로 '존중'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72 계산 없는 사랑은 사람끼리 하고, 회사와는 사랑 없는 계산만 하자 아무래도 회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애사심이 아니라 애로 사항인 것 같다

P75 기쁜 일에는 축하를, 슬픈 일에는 위로를 전한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걸 하지 못해 심사가 배배 꼬인 사람이 되지는 말자 주변에 인색해지지 말자 오늘은 비겁했던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내일은 비겁해지지 않을 용기를 낼 것이다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성공은 제일 가까운 친구의 성공이라는 말에 넘어가지 않는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에 속지 않는다 나는 내 친구의 적이 아니다

어디에나 악의는 존재한다 하지만 나를 키운 건 8할의 선의였다 2할의 악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악의 같은 건 가볍게 밟고 지나가자 내가 만드는 세상은 선의에서 선의로 돌아간다 그 세상에 당신이 있다

P147 인간관계에도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 앞에서는 알게 모르게 조심하게 되고, 착하고 무던한 사람 앞에서는 긴장을 푼다 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하다는 '강약약강'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강약약강 타입이 되고 싶지 않고, 나를 지키기 위해 부러 까칠하고 예민하게 굴고 싶지도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관계를 아주 단순하게 바라봐야 한다 원인과 결과, 문제와 해결책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도움이라곤 하나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밀어내는 절차를 간략하게 만드는 것이다

P176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던 내가 사실은 무척 맛있는 브라우니였다고, 아직 다른 누군가가 나의 쫀득한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해주는 듯해서 빵을 먹을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 세상에서 가장 배부르고 폭신폭신한 다정함이다

나이 먹어도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부모님께 큰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도 누군가를 애틋하게 사랑해본 적도 없다
어릴 때 친구와는 대부분 연락이 끊겼고 20대 사회 친구들 조금 남아있고 나머지는 동네 지인들 뿐이다 오해 속에 멀어지기도 했고 자연스레 소원해진 인연도 있다
지금은 인연에 너무 연연하지도 애쓰지도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나를 희생하며 상처받기도 싫다
적당히 둥글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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