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나는 도마크라는 인물에 끌렸을 뿐 아니라ㅡ그는 알면 알수록 더욱 흥미로운 인물이었다ㅡ현대 의학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수많은 것들에 그의 발견이 녹아 있고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도 매혹되었다 우리 시대는 과학의 시대이며, 이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원형적 이야기다

P65 도마크가 배운 새로운 의학은 매우 복잡했으나 한 가지 간단한 지침으로 요약할 수 있었으니, 그것은 확신이 없으면 환자를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것이었다 몸이 스스로 치유하게 하라 연구자들이 인체에 대해ㅡ스스로 수리하는 경이로운 작동 원리, (많은 경우) 최악의 질병도 물리치는 능력, 체온과 염도와 호르몬을 매우 정확한 범위 이내로 유지하는 섬세하게 균형 잡힌 대사, 체내에 침입한 미생물에 맞서는 복잡하고 어려워서 효과적인 방어에 대해ㅡ알아갈수록 의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임이 점차 분명해졌다 의사들은 통증을 줄이고 피해를 완화했으며, 환자와 가족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주었다

병을 치유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강하기보다는 공감해야 했고, 과학자라기보다는 인도주의자여야 했으며, 신이라기보다는 돌보는 사람이어야 했다

P392 1차 세계대전 때는 수막염균성 수막염 환자의 치사율이 3분의 2에 달했으나, 2차 세계대전 중 수막염의 물결이 영국군을 덮쳤을 때 군의관들은 설파제ㅡ대개는 영국인들이 애호하는 M&B 693ㅡ를 써서 치사율을 절반 이상 줄여 15퍼센트 밑으로 낮췄다 미국 의사들우 술파디아진으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치사율이 10퍼센트 밑으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대량으로 투여해도 치명적 부작용이 "놀랍도록"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치료법은 점차 정교해져 종전 즈음에는 군의 수막염 치사율이 4퍼센트 아래로 내려갔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독감, 폐렴, 기관지염을 비롯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미군 병사 5만 명 가까이 사망했으나, 2차 세계대전에서는 참전 군인 수가 두 배로 늘었는데도 1,265명만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공식 전쟁 기록에 따르면 두 전쟁의 주된 차이는 설파제의 폭넓은 이용이었다

의대를 다니다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았던 게르하르트 도마크.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하고 노벨상을 수상한 도마크를 중심으로 세균 감염과의 치열한 전쟁을 생생하게 그렸다
전세계는 지금 코로나 팬더믹으로 결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수는 없다고는 하나 미래의 설파제를 기대하게 된다

P432 항생제 시대는 설파제가 없었어도 열렸을 테지만 이렇게 빨리 열지는 못했을 것이다 설파제는 질병을 치료한 것 못지않게 1920년대 의료 무용론도 치료했다 화학물질로는 대다수 질병을 결코 치료할 수 없으리라는 당시의 통념을 깨뜨린 것이다 설파제는 마법 탄환이 가능함을 입증했고, 그 발견을 촉자했으며, 그에 필요한 연구법을 확립했고, 의약품 판매의 법적 토대를 닦았으며, 의약품 개발의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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