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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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다채로운 사랑의 모델, 박선우 첫 소설집

P117 행복한 장면을 목도하고 나면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해지는 계절이었다 그 계절이 떠날 듯 떠나지 않고 긴 폐곡선을 그리며 주위를 맴돌기만 하는 나날. 이를테면 봄 다음에 여름, 여름 다음에 가을이 아니라 가을 다음에 가을, 다시 가을, 가을만이 도래하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간혹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대로 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찾아온다는 뜻이니까. 희미하게 남아 있던 열기마저 사그라지고 나면 하얗고 차가운 눈송이가 흩날린다는 뜻이니까. 세상은 순백으로 물들 것이다 얼어붙을 것이고, 종내에는 모두 녹아 사라지겠지 사계를 겪고 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새로이 흘러들 것이고... 봄이 올 것이다

2018년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박선우의 첫 소설집
2년 동안 쓴 8편의 소설을 묶어 출간하였다
처음 알게된 박선우 작가님, 호기심과 기대로 책장을 넘겼다
첫 작품부터 '오픈리 게이'가 등장하고 '나'는 누구인가가 궁금했다 이해하려 애쓰며 읽다가 그냥 읽히는 대로 읽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머릿 속에 남아 있던 약간의 혼란은 '작가의 말'을 통해 풀리었다
우리는 늘 타인과 관계를 맺고 친해지도 또 멀어지기도 한다 관계 속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우리는 그 안에 함께 있었고,
빛이 머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채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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