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박찬용 세속 에세이
박찬용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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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일상의 균열을 메우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세속의 소박한 품위를 전하다

대도시 게임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없으니 주인공이 빛나는 것이다 거기 더해 주인공이 되려면 아주 열심히 해야 한다 보통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도 때로는 껄끄러운 일에 몸을 섞어야 하고,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더러운 양동이 안에도 손을 담가야 한다 도시의 주인공으로 오래 머무를수록 그들은 본의 아니게 보통 사람에게 약간의 패배감을 준다 우리는 평생 저렇게 살 수 없을테니까

말하자면 나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사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 건 안다

내게도 다른 삶은 없다 이게 내 동기이고 내 게임이다 내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P45 나는 고통이 두렵고 실패가 두렵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을 먼 미래의 어느 날이 막연하게 두렵다 언젠가 분명 찾아올 치통과 근육통 같은 건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서 더 두렵다 밤하늘처럼 내 사방에 깔린 어두움을 잠깐이라도 잊기 위해서 허공 같은 워드프로세서 창에 온갖 글자들을 채워 넣는다 열정이 아니라 공포와 불안이 이끄는 삶이다 긍정적인 기운으로 인생이라는 코트에 파워 서브를 넣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반대로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아오는 공포의 서브를 계속 리시브로 받아치는 삶을 사는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을 누군가가 좋게 봐주는 건 물론 아주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걸 열정이라고 부르는 건 머쓱할 뿐아니라 사실도 아니다

P109 세상은 수시로 가득한 대입 전형 같은 게 되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해서 보통 이상의 정보력이 없으면 그 흐름을 따라 잡지 못한다 흐름을 못 따라잡으면 놀랄 만큼 뒤처진다 SNS라는 자아 쇼케이스는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계속 떠서 눈앞을 맴돈다 끊임없이 새로고침되는 SNS 피드 어디에도 남보다 앞서는 방법은 나와 있디 않다 나의 도태와 패배를 암시하며 광고를 해보라고 부추길 뿐이다

나는 내가 뭐가 될지는 몰라도 하나는 확실히 안다 분명 언젠가는 시대에 뒤처질 것이다 내가 잘 못 쓰는 신규 서비스가 분명 나올 것이다

운송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은 속도를 올리고 요금을 낮추며 일상의 절차를 점점 줄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착각을 하게 된다 부산이 서울에서 3시간 안에 갈 정도로 가깝다는 착각. 검색창 안에 모든 정보가 다 있다는 착각. 세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착각

아직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상은 너무 넓다

요가복 자본가들의 시야 바깥에는 여전히 오래된 세상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읽어 보니 더 좋았다
아마도 글에서 느껴지는 작가님의 성향과 비슷해서인지 더 공감이 됐다
도시에 얽힌 이야기들은 나의 추억이 아닌데도 나의 추억인 듯 느껴졌다
빈티지스러우면서도 뭔가 트렌디하면서 유니크한 묘한 매력의 책이다 작가님이 잡지 에디터 출신이라 그런지 책에서도 '멋'이 느껴진다

대충 살아지지 않는 보통의 도시 사람들
열정도 체념도 없는 지금 여기의 시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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