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이석환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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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싫으면서도 자기만의 공간에 홀로 머물고 싶은 사람이 있다

P20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상대가 나를 알 수 있느냐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러게 그건 말이 안 되네 하며 답한다 세상에 어떤 관계가 조율 없이 한 번에 딱 들어맞을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러게 그 말도 맞네 하고 답한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는 타인을 나에게 맞게끔 바꾸는 게 아니라 호감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서로 맞춰가는 거라고 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저 여러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 내가 느끼는 말 못 할 불편함 때문에 일방적으로 끊어냈던 수많은 인연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입장에선 소중히 여기던 애장품을 내가 난데없이 부숴버린 것과 같을 수도 있겠다 불편함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꺼내든 회피라는 칼이 어째서 상대방의 목을 겨누고 있었던 걸까 영문도 모른 채로 남이 되어야 했던 상황에 그들이 느꼈을 허탈함과 안타까움을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미안하다고 할 자격도 없는 겁쟁이다

P22 늘 그렇듯 소중한 건 사소함의 탈을 쓴다 밥과 술, 결국은 너무나도 당연해 의미 없게 여겼던 것에 나는 무너진다

P70 크진 않더라도 사랑. 꾸준하진 않더라도 관심. 종종 잃어버릴지라도 흥미. 내가 기쁠 수 있는 것들을 꼽아봤는데 고작 세 개라고 해야 할까요 세 개나 된다며 기뻐해야 할까요 모쪼록 친구 앞에선 후자의 반응을 택해야 더 이상의 잔소리는 피할 수 있겠지요
저는 고민이 많을 때면 다른 이의 고민을 듣곤 해요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잠시나마 제 고민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잠을 자고 싶습니다 아무리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기를 하려 해도 이별이란 사실을 좀처럼 떨쳐내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죠 반나절 이상 현실로부터 떨어져나와 잠 속에서 당신을 잊어버리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할 땐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잠을 자요

P112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사코 그의 이름을 불러주겠노라 다짐합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많이 불러줄 것이라고요 당신이 당신으로 온전히 존재하여 본인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온기를 담아 이름을 불러주겠노라고요 이게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겁니다

P174 먹고 살기 바빠 지척에 살아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바람에 한 번 만나려면 아예 이틀 정도의 시간을 내어야 하는 관계도 늘어간다 이들을 생각하면 영상통화나 모바일 쿠폰으로라도 성의를 전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걸로 만족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 개탄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아날로그만 존재하던 때엔 불편함을 모르다가 디지털의 등장으로 아날로그가 불편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편의성에 물들어 우리는 자연으레 노력과 마음을 한 줌씩 더 보태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몇 해 전 너도 나도 유난스럽던 몸짓들이 참 애틋하고 그립다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제목부터 눈에 쏘옥 들어온다 집 그리고 혼자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을 때가 있고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은 뭐 그럴 때가 있다 집순이지만 요즘은 코로나19땜에 자유롭지 못하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드는데 이럴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제목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님 성향이 나와 비슷해서 더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나랑 궁합이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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