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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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슬픔과 고통이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빛나는 행복의 노스탤지어

P153 1973년 2월, 스피리돈 할아버지는 카트라킬리스 가족의 최고연장자로서 남아있는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행동표본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기라도 한 듯 자살로 생을 마쳤다 할아버지의 자살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도 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루어졌는데, 이런 방식이 그 후 우리 가족에게는 하나의 규칙이 되다시피 했다 그 당시 할아버지의 나이는 모스크바에서 가져온 몇 가지 문서로 추정하건대 74세 아니면 75세였다

할아버지는 중세시대 빼어난 건축물인 그 대성당의 고딕식 첨두아치 바로 아래에 앉아 당신이 좋아한 나데즈다 알릴루예바의 방식 그대로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할아버지는 모든 무게를 털어낸 궁륭이 대성당 일부에 공존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에 금을 그으며 까마득히 솟구쳐 오르기 직전의 지점을 죽음을 위한 공간으로 선택했다

과거 한때 공산당 중간간부로서 줄곧 신 없는 세계에서 살아온 할아버지는 크렘린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대성당의 저녁 예배시간을 택해 숨을 거두었다 살아내야 할 의무적인 시간을 다 채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상속, 자살 유전자가 대물림된다는 상상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 모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혼자 남은 주인공 폴이 부조리한 운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선택한 펠로타 선수로 활약하며 가문의 유전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소재가 무거워서인지 초반부까지는 글이 잘 안 들어오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는데 이후부터 마지막까지는 단숨에 읽었다
초반부 약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으면 크게 후회했을 뻔 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장폴 뒤부아의 문학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삶과 죽음,
우리는 삶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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