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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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나면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모든 것은 수수께끼가 된다 그가 살아 있을 전에는 지극히 당연했던 것들,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들 전부가 해명을 기다리는 수수께끼로 변한다 남은 사람들은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까지고 그 수수께끼를 곱씹는다 수수께끼 그 자체로 남아 있는 게 의미가 되어버린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단서도 남아 있지 않은 고대의 문자를 해석하면서 문자의 의미를 궁리하는 대신 그것이 새겨진 비석을 쓰다듬기만 하는 사람처럼

P57 여행이 좋은 이유를 말해보라면 쉬지 않고 몇 개쯤 댈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런 거야 일상의 낭만화 검버섯과 주름이 가득해 나이를 숨길 수 없는 노인처럼 노후된 건물, 녹이 슨 발코니에 널어둔 빨래.... 이렇게 누군가의 초라한 삶조차도 낭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여행자의 순수하고도 긍정적인 시선 때문일까 현지인 또한 이방인을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도 여행의 장점일거야 양쪽 모두 현실에서 빠져나와 잠시 연극을 하는 시간을 갖는 거지 살기 위해서, 다치지 않기 위해서 단단하게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고 자기 안의 선한 본능을 아낌없이 꺼내는 시간을. 사진을 찍듯 짧은 순간 하나를 주고받음으로써 생이 아름다움 쪽으로 잠시 기우는 시간을

P85 여기 좀 더 있다가 정 힘들면 그때 떠나는 것도 늦지 않을 거야 힘들 때 조금 더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고. 왜냐면, 떠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내일, 또 내일로 미뤄도 되는 일이니까

페미니즘을 테마로 했던 현남오빠에게, 새벽의 방문자들에 이은 다산책방의 연속 기획 테마 소설집이다
멜랑콜리를 테마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6편의 소설집
멜랑콜리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우울증 환자는 아니다
우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누군가는 날 때부터 난치병처럼, 또 누군가에게는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6인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공감과 치유의 목소리, 한 줄의 문장의 힘, 책 한 권의 힘이 그들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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