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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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처럼 끊임없이 재생되고 뒤섞이는 죽음에 대한 충동과 삶에 대한 열망

P14 고독은 느끼거나 만지거나 가질 수 없다 고독하다 그 말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고독을 생각하는 순간에 사라진다 고독은 욕망되고, 고독은 거부한다
나는 여기에 혼자 있다 그리고 나는 또 여기에 혼자 있다 고독은 고립이 아니다 고독은 나의 잉여, 잉여의 과잉, 과잉의 질식. 고독의 시공에누 시작과 끝이 없다

P22 사랑하지 않겠다 이렇게 결심하면 이미 사랑에 빠져있다 내가 죽지 않겠다고 말하면, 내가 벌써 죽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바깥에 있고 바깥에 나가보지 않고는 그 밖에도 바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죽음이라고 말하면 바깥이 안에 있고 풍경이 사라진다

P30 그에게 행복은 마른 모래로 지은 모래성과 같아서 아무리 쌓아올려도 남는 것은 흙무덤뿐이다
그는 행복과 마찬가지로 불행 또한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P78 그녀는 자신에 대해 쓰고 싶었다 단 한번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 대해 정확히 쓸 수 있다면,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지난한 불행과 고통, 슬픔과 절망, 그로 인한 방황 속에서 찢겨나간 존재에 대해 쓰려 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갈망에 대해 쓰려 했다 그녀에게 쓴다는 것은 고통의 인정투쟁이고, 그녀는 정신을 닳아 없애는 고통을 증언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를 원했다 증명함으로써 해방되고자 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죽음, 그래 죽음에 대해서 다시 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죽음을 생각하는 책이다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 자동 피아노를 소재로 각 챕터의 부제는 즉흥적으로 정한 피아노 연주곡이다
스물한 곡의 음악과 그에 따르는 죽음에 관한 글들이 '나', '너', '그', '그녀'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십여년이 넘는 시간을 자살사고에 시달렸던 천희란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다 끊임없이 재생되는 자동 피아노처럼 죽음에 대한 충동과 삶에 대한 열망이
반복된다
지금도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나는 당신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 말은 남겨두고 싶다 평생 변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그러나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자신을 구하고 싶은 절실한 이들을 위한 단 하나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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