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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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도시적' 콘셉트

인생이 여행이듯 도시도 여행이다 인간이 생로병사하듯 도시도 흥망성쇠한다 인간이 그러하듯 도시 역시 끊임없이 그 안에서 생의 에너지를 찾아내고 새로워지고 자라고 변화하며 진화해나가는 존재다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도시를 새삼 발견해보자 도시에서 살고 일하고 거닐고 노니는 삶의 의미를 발견해보자 도시 이야기에 끝은 없다

P43 도시라는 단어에서 '시市'는 본래 시장을 의미한다 '저자 市'인 것이다 '도都'가 마을이나 도읍을 의미하니, 도시란 시장없이 성립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시장市場이라는 말도 '저자의 장소'라는 뜻이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워낙 건물이 아니라 너른 터에 수시로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는 공간인 것이다
서구 도시에는 광장이 있고 아시아 도시에는 광장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른 장소'는 필요한 대로 만들어졌지만, 아시아 도시에서는 거리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주로 저자가 열리는 등 실용적으로 쓰인 반면 서구권에서는 그리스의 아고라agora, 로마의 포럼forum처럼 '광장 네이밍'을 하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였다는 점이 다르다

P59 모두의 것이자 누구의 것도 아닌 길, 우리가 잠시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공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수시로 만나는 길, 그 길에서 모르는 당신과 잠깐이나마 스치고 싶다 이름도 성도 모르고 얼굴을 모르더라도, 모르기에 더 자유로운 심정으로 당신과 만나고 싶다

P118 신식, 신소재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 그 무엇이 있으면, 낡아 보이는 그 어떤 것이 보이면,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빈티지vintage'해지면서 공간어 격조가 달라진다
빈티지란 '고물'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떤 에센스를 안고 있는 그 어떤 것을 뜻한다 그것이 와인이든, 옷이든, 건축물이든 말이다 이 점에서 최구 빈티지풍 리모델링이 디자인의 최전선에 등장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현상이다 그것이 공장이든, 폐교를 이용한 전시관이나 휴양 시설이든, 단독주택어 리모델링 증축이든, 한옥의 화려한 변신이든 기존의 오래된 건축물을 살리면서 새로움과 낯설음을 불어넣고 오래된 시간과 대비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집주인에게 즐거운 체험일 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의 지쇠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 된다 계속 쓰는 것이 공간 최고의 기록이 된다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우리 시대는 열심히 역사의 기록을 발굴하고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것. 문제도 있고 부작용도 생기지만 열심히 남겨야 한다 그만큼 없앤 것, 없애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일부러 지운 것, 감춘 것, 숨긴 것도 너무나 많다 없어진 현장, 사라진 흔적, 묻어버린 진실, 지워진 기억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더욱더 뿌리를 찾고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만들고 있는 역사를 아끼며 지켜야 상실을 거듭하지 않을 수 있다

한 인간이 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이 기억과 기록은 씨앗이 된다 기록은 기억의 단초가 되고, 기억은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기록이 풍부할수록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라 여럿이 또는 동시대인이 같이 공유하는 집합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은 시간을 뛰어넘는 집학 기억으로 이어진다 도시는 온전히 그러한 집합 기억의 풍요로운 저장소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 <알쓸신잡>의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3부작 중
첫번 째 도시 이야기
'도시적 콘셉트'에 익숙하지 않은데 12가지의 콘셉트를 따라서 전개한다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과 기록, 알므로 예찬, 대비로 통찰,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이상해하는 능력, '돈'과 '표', 진화와 돌연변이가 그것이다
도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낯선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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