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P47 릴리는 나에게서 스스로를 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원치 않았던 존재로 태어난 릴리. 세계에서 배제된 릴리. 그러나 악착같이 살아남아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가능성을 입증한 릴리 다우드나
그녀의 결정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릴리는 자신의 삶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는 못했다

P54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거야

P91 그들은 기록된 루이로서의 자의식과 루이로서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경험, 감정, 가치, 희진과의 관계까지도
그렇다면 희진도 그들을 같은 영혼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도달했을 때, 희진은 루이가 가까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눈앞에는 회색의 축축한 피부를 가진 여전히 낯선 존재가 서있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
하지만 희진은 이해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루이의 연속성을, 분절되지 않은 루이의 존재를

P187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P215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미래, 내 상상 속 세계에서는 차가운 심장의 메탈 로봇이 먼저 떠올랐고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김초엽 작가의 소설 속 미래는 장애, 여성, 비혼모 등 소수의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희망이 느껴져 너무나 따뜻했다 먼 미래의 세계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에도 살 만한, 살아볼만한 세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었다 김초엽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