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 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김유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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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P23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고, 즐기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노트에 적힌 리스트를 보니 내가 좋아해서 하고 싶다기보다는 남들이 하는, 혹은 친구들과 같이하고 싶은 것들이다
질문을 바꿔 다시 생각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어떤 사정이나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질문이 확실하니 답이 재빠르게 나왔다

나는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

P69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에게 맞는 옷을 찾은 기분이었다 단단히 각오하고 힘을 내지 않아도 되고,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눈과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리면 충분했다 못 그려도 좋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거운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로였다 그날 나는 첫 등록 후 3개월이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재등록을 마쳤다 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한 통 큰 선물이었다

P106 나도 헤세가 그랬던 것처럼 수채화를 그리면서 마음의 깊이가 생기고 인생을 관망하는 자세를 터득했다 헤세는 관망하는 것은 탁월한 기술이라 표현했다 관망의 기술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얻어지는 것이고 치유력이 있는 것이라 했다

P124 그림을 선물한다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림을 받을 상대의 표정을 상상하는 일은,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야 한다는 최고의 동기가 된다 내 마음이 전해진다면 충분하다 아직 그림을 팔아보는 기분은 모르지만, 돈을 받지 않아도 좋았다 다행히도 나의 고마운 사람들은 나의 그림, 아니 나의 마음을 소중하게 대해줬다

P178 작가는 그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그 기분을 그대로 전달받은 관객은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림은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다 예술의 힘에 놀란 순간이었다

P206 나의 30대는 치열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시간이었다 잃었던 열정과 사랑과 현실적인 삶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남들과 비교하고 나를 원망했다 그러던 중에 취미를 찾았다 그림을 배우면서 나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글을 쓰게 되었다 취미가 하나 생기니 두 번째, 세 번째는 일도 아니다 즐거운 일을 계속해서 찾고 싶다

P227 고전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진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다 인생을 깨닫는 방법은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이성 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 우젓도 사랑이며, 취미도 사랑이다 심지어 연예인을 향한 마음도 사랑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은 나를 사랑하기 위한 것이다

P243 우리는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쩌면 이미 모두가 아티스트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의가 지루해 끄적거린 낙서, 길을 걷다 찍은 구름 사진, 감성 충만한 새벽에 적어둔 일기가 그 증거다 "예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든지 일상에서 예술을 만들 수 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한 적은 없지만 직장인이면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가끔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있으니 나도 감히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나의 든든한 지원군은 직장이다 내 삶의 상당한 부분을 직장 생활에 내주고 있지만 어쩌면 직장은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최적화된 장소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잘 이용하면 된다(어찌됐든 회사는 나에게 물감을 살 돈을 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손재주가 없는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다 취미는 항상 수집이거나 감상이었다 그런 나에게 그림은 로망이었다 그냥 연필 한번 지나간 것 같은데 뚝딱 완성되는 그림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었다
하루가 따분해진 어느 날,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전시회에 초대까지 받는 작가가 되었다 너무 멋지다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 그림도 잘 그리는데 글도 너무 잘 쓰신다 책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책 이야기 작가님이 책을 좋아해서 책 그림.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건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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