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 르네상스 피렌체가 낳은 이단아 클래식 클라우드 11
김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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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피렌체가 낳은 이단아

P18 나를 마키아벨리에 대한 연구로 이끈 것은 그가 살던 시대와 그 속에서 분투한 한 인간의 삶이 갖는 매력이다 그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근현대 한국은 열강의 다툼 속에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격변을 겪었다

우리는 한때 군주처럼 굴었던 대통령에 분노했고, 광장에 모여 정치제도와 민주공화국의 가치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그런데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아직도 군주국의
신민으로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마키아벨리가 남긴 수수께끼는 바로 오늘날 우리의 문제가 된다 나는 과연 '오늘'을 사는가? 내 안에 케케묵은 구태가 있지 않은가? 나는 진정한 공화국 시민인가?

P28 언어는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진리를 구성해내는 수단이다 역사는 인간의 행적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할 때 인간의 역사는 무의미하다 중세의 역사는 구원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르네상스기 세속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속적인 영웅의 역사가 발굴되었고, "역사는 인생의 스승"이라는 키케로의 말이 유행했다 이는 과거 인간의 행적을 현재 인간의 행동 지표로 삼는다는 뜻이다 역사를 이해하려면 과거 인간의 행위와 언어를 이해하고, 그것을 현재에 적용해야 한다 결국 언어를 통한 세대 간 소통이다

P94 공화정을 옹호하는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는 피렌체가 직면한 메디치가의 군주적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메디치가의 권력이 피렌체를 더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으로 비판적 지지를 택했다 바로 이것이 마키아벨리를 군주제의 옹호자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그는 군주제를 옹호하지 않았다 자유를 누려온 피렌체에는 공화정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군주제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메디치 군주 가문이 이미 장악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기류 바라서 <군주론>을 썼다

P146 그는 자신의 "영혼보다 조국을 더 사랑한다"고 <군주론>의 곳곳에서 밝힌다 뇌물로 지도자의 환심을 사서 한 자리를 얻거나 호가호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도자를 타락시키고 공동체까지 몰락시킨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말로야 당연히 공동체의 안녕을 택한다고 하겠지만,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공동체보다 자신을 택했다 공동체를 선택하는 순간 자신의 부귀영화는 고사하고 안녕까지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군주라면 자신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밤낮으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금은보화 같은 뇌물보다는 당대 나라 안팎의 정세에 역사적인 위인들의 행적을 접목한 <군주론> 같은 정치 지혜서를 더 반겨야 한다 즉 마키아벨리는 나라와 인민을 항상 생각하는 지도자만이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책을 쓴 자신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P171 <군주론>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고전이라는 숲에 길이 하나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자의 경험과 경륜 또는 문제의식에 따라 <군주론> 독서에 대한 기대가 다르고, 그런 만큼 <군주론>을 읽고 얻어내는 지혜도 다를 것이다 나는 권력에 초점을 맞춰 <군주론>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이 하려고 하지 않은 일을 시킬 수 있는 힘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개인이 직접 소유하는 것으로 본다 이런 정의에 따라 <군주론>도 군주 개인의 권력 장악에 초점을 맞춰 읽어왔다 이 책이 처세술 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군주 개인의 권력 장악, 즉 성공을 위한 전략이 담긴 책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이 장악하는 강제적인 힘과 인민의 지지에서 나오는 관계적 힘을 기준 삼아 <군주론>을 읽어보면, 군주와 군주국을 분명히 구별하게 된다 군주는 역량이 뛰어난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군주가 뛰어나다고 해서 군주국이 저절로 강해지지는 않는다 군주의 힘과 군주국의 힘은 다르기 때문이다
권력 중에서도 강제적인 장악력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오해와 마찬가지로 군주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오해도 <군주론>이 악명을 얻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군주론을 안 읽어서 '마키아벨리'가 겁이 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군주론>을 읽기 전에 <마키아벨리>를 읽은 것이 큰 행운이었다 군주론에 대한 오명과 악명 속에 나에게도 오해만 남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만 생각하고 두려웠던 마키아벨리가 너무 술술 읽혀서 역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키아벨리의 삶과 시대적 배경,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메디치가에 헌정하기 위해 쓴 <군주론>과 <피렌체사>는 피렌체의 정치와 군사 제도의 보완과 대책을 제안해 피렌체의 몰락을 위한 선택이었다
공화주의를 지지하면서 메디치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오해가 없기를
군주론을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이미 읽은 사람에게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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