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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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가 안 들리잖아
쟤를 봐 쟤 눈을 보라고

P26 우리는 미래에 우리 자리가 마련돼 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예약만 되어 있을 뿐이다 그 자리가 경고나 환불도 없이, 얼마만큼 가까이 왔는지에 상관없이 당장이라도 취소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경치를 감상할 시간조차 없이 달려왔더라도 말이다

P68 사람들이 말하길 시간은 치유의 힘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 말은 틀렸다 시간은 지우는 힘이 엄청날 따름이다 무심하게 흐르고 또 흘러서 우리의 기억을 갉아먹고,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작고 뾰족한 조각들만 남을 때까지 불행이라는 커다란 바위를 조금씩 깎아낸다
무너진 가슴은 다시 맞출 수 없다 시간은 그 조각들을 거두어 곱게 갈 뿐이다

P168 인생은 다정하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막판에는 그렇다
우리 어깨에 부담을 더하고 발걸음에 무게를 더한다 우리가 아끼는 걸 찢어발기고 영혼을 후회로 단련시킨다
인생에는 승자는 없다 결국은 잃는 게 인생이다 젊음,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것들. 나는 가끔 인간을 진정으로 나이 들게 하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 아니라 아끼는 사람들과 사물들의 소멸이라는 생각을 한다

P218 그게 인생의 문제다 절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이게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고 손톱만 한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 당신은 여유를 두고 그 순간을 흡수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간 다음이라야 붙잡을 만한 순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P237 문제는 애는 애라고 그냥 방치하면 얼굴에 돼지 피를 칠하고 절벽 아래로 서로 밀치고 친구의 머리를 돌로 박살낸다는 거다 애가 애일 수 없게 교사, 어른, 부모인 우리가 전방위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 목전에서 이 우라질 세상을 무너뜨릴 것이다

P302 상심은 개인의 몫이다 상자에 든 초콜릿처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다 발목에 쇠사슬로 연결된 삐죽빼죽한 쇠공이다 어깨를 덮은, 스파이크 박힌 갑옷이다 가시 면류관이다 어느 누구도 내 고통을 느낄 수 없다 깨진 유리 조각이 신발 가든 담겨 있어서 한 발짝 내디디려고 할 때마다 발바닥이 피투성이로 갈기갈기 찢기기 때문에 아무도 내 신발을 대신 신어줄 수 없다 상심은 가장 끔찍한 형태의 고문이고 끝날 줄을 모른다

P415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살다 보면 가끔 피할 수 없는 측면이, 바꾸기 힘든 항로가 등장한다

내가 상상했던 그림은 아니다 내가 계획한 바도 아니다 하지만 그게 계획의 문제다 생각한 대로 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 내 계획은 절대 그대로 된 적이 없는 듯하다

안힐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폐광이 있다 그곳에 들어갔다 나온 아이들은 모두 미치거나 자살했다
마치 저주를 받은 것처럼
호기심에 그 곳에 갔던 날 애니가 죽었다 그러나 48시간 후 애니가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25년 후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된다 반복되는 역사처럼. 손은 운명처럼 안힐로 돌아가 그때의 사건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결말을 예측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읽었다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에. 첫 장부터 흥미 넘치는 스토리 긴박한 전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설정으로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다 밑줄 그은 문장도 얼마나 많은지 필사해도 좋을 책 다음 책 원고 집필을 마쳤다는데 책을 쓰는 속도 또한 미쳤다 벌써부터 빨리 출간되기를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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