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P44 라틴어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종종 존댓말의 범주 안에서 사용하는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은 법률적 표현이고, 더 들어가보면 라틴어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하지 마라' '주의해라'와 같은 명령형이 아니라 행동의 주체인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죠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들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겁니다

P56 이제는 정말 공부해서 남을 줘야 할 시대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더 힘든 것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한 공부를 나눌 줄 모르고 사회를 위해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소위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 주머니를 불리는 일에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착취당하며 사회구조적으로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는 무신경해요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자기 가족을
위해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의 신음소리는 모른 척하기 일쑤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공부를 한 머리만 있고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에 그 공부가 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공부한 사람의 포부는 좀 더 크고 넓은 차원의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만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세계의 행복을 위해 자기 능력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과 달라야 하는 지점은 배움을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쓰느냐 나눔으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워서 남 주는' 그 고귀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성인이 아닐까요?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지식을 나누고 실천할 줄 모르면 지성인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도 않고 유럽인들에게조차도 어렵다고 소문난 라틴어, 서강대에서 교양 강좌로 열린 라틴어 수업에 수백명의 학생은 물론 타학교 학생과 교수, 일반인까지 청강하러 찾아오며 '라틴어 열풍'을 일으킨 라틴어 수업의 강사는 변호사 한동일이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로 임명되었다

저자는 첫머리에서부터 라틴어는 어렵다,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 언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라틴어 수업이 소문난 명강의가 되었을까?
많은 이들이 라틴어 수업을 인생책이라고 감동이라고 소개했을까?

단순한 외국어 강좌가 아니었다
고대 로마로부터 현대 이탈리아까지 아우르는, 유럽의 역사에서부터 철학, 신학, 지리, 사회 문화와 여러 제도들까지 언어를 바탕으로 한 인문학 강의다
왜 인문학을 강조하는지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세상을 보는 세계가 넓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듯하다
라틴어 수업은 못 들었어도 책으로 만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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