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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외롭다 힘들다 그러는 사이에도 우리는 여기까지 흘러왔다
P31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그냥 솔직히 말할걸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가까운 사이라서 더욱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날들, 마음이 마음에게 말했다 다정한 마음이 가난한 마음에게
미안해하지 마
잘 지내니
많이 힘들지
기운 내
그런 말들이 소리도 없이 지나갔었다 수국이 피던 계절에
P95 내가 이런 운명에서 도망치려고만 애쓰던 뽀족한 연필이었을 땐 마음 어딘가에 늘 미움을 안고 살았다 그 뽀족한 마음이 자꾸만 사방을 찔러대 곁에 있던 사람도 다가오는 사람도 나 자신조차도 아프게 했다 미움을 품고 사는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해본 사람은 안다 다른 사람을 지독히 미워하느라 정작 자신을 사랑할 여유가 없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다 돌아보면 안타깝고 가여운 시간이었다
P111 어떤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건다 쓰기 위해서 떠오리는 것이 아니라, 내내 맴돌고 사무치다가 끝내 손끝으로 써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있다 쓰게 될 테지만 쓰기까지가 너무 어려운 이야기 결국 방법은 하나뿐.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다
P132 내가 누군가를 용서해도 될까 마음이 아팠다 나는 여전히 열 살로 남아 있는 그 애 이름을 가만히 불러봤다 이제라도 너를 찾고 싶은데 너무도 많은 같은 이름 속에 숨어 사는 너를 찾을 방법이 없다
P146 행복은 견뎌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행복은 오늘 이 순간에만 반짝이는 조각 같은 것 일단 잡아야 했다 즐겨야 했다 기뻐해야 했다 아주 마음껏
오늘, 즐겁고 싶다 지금, 행복하고 싶다
P178 '불행'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본 적 있다 행복하지 아니하다는 뜻을 가진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닌 '다행'이다 뜻밖에 일이 잘 되어 운이 좋다는 의미. 사전을 찾아보다가 위로받기느는 처음이었다
P245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미워하고 좋아했던 슬퍼하고 행복했던 내가, 진짜 나였다 나빴고 아팠던 이야기도 모두 나의 것,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읽고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비로소 내 슬픔은 따뜻해졌고 내 아픔은 빨간약이 되었다
생각보다 아픈 사람이 많고 나만 외롭고 힘든 거 아니라는 거 그렇지만 또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
연필로 태어나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고수리 작가님 계속 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