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뺀 세상의 전부 - 김소연 산문집
김소연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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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뺀 세상의 전부

P22 선물은 받는 게 좋다, 주는 게 더 좋다 이 둘을 놓고 "너는 어느 쪽이니"하며 누군가와 대화를 해보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도무지 주는 게 더 좋다고 선택하는 멋진 이들에게 백프로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물을 받는 것이 기쁘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식으로 말해보고 싶다 선물은 주거나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되는 것이라고. 선물이 되는 사건 선물이 되는 시간 선물이 되는 사람 선물이 되는 표정 선물이 되는 사람이 선물이 되는 말과 함께 선물이 되는 표정을 지으며, 자그마하고 사소한 선물 하나를 건넸을 때, 그것은 선물이 되는 사건이다

P57 혼자 있다는 게 혼자서 쓸쓸하게 지낸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누군가가 곁에 나타나는 시간일 수도 있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만이 만날 수 있누 숨겨둔 친구가 누구에거나 한 명씩은 있는데, 그 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면, 당신은 사실상 더 쓸쓸한 사람이 아니겠냐고

P112 사랑을 표현하고 요구하는 방식에 우리들은 짐작보다 훨씬 더 서툰 것임이 분명했다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라서 대화가 안 되는 게 아니었다 무언을 원하는지 서로 잘 알면서도 정작 다른 무언가가 더 중요해서 대화가 잘 될 수 없는 사이가, 이 세상엔 어쩌면 더 많을 것 같았다

P223 설렘은 기대감이라기보다는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움을 달래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그리운 사람과 헤어져 돌아섰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운'이라는 수식어를 제거하여 '사람'만을 남겨둔 채로 그 사람을 대하는 일. 그때부터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생각해온 그 사람이 아니라 그를 살아온 그 사람을 알아갈 수 있었다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속
순간, 하루, 계절, 봄 .... 그리고 또 다시 겨울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 시인의 눈을 통해 글을 통해 아름다운 문장으로 특별함으로 채워진다 몽글몽글한 가슴 따뜻한 에세이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므로 완성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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