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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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P29 살아서 움직이는 조직들로 복잡하게 구성된 내 몸과 처음으로 일체감을 느꼈다 내가 지성적 능력을 지닌 수많은 세포들로 가득찬 존재임을 깨닫게 되자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사라지지 않는 혹독한 머리 통증은 힘겨웠지만, 나는 정상적인 지각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의식이 평온한 상태로 빠져들자 마치 하늘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가슴을 때리는 물방울 세례를 맞으며 욕조에 서 있자니 어는 순간 따끔거리는 통증이 가슴을 지나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깜짝 놀란 나는 내가 커다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인간의 뇌가 현실을 인지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놀라운 통찰을 안겨주는 뇌졸중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P88 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P105 뇌졸중을 겪은 뇌과학자라니, 얼마나 기막힌 처지인지. 그러나 내가 느낀 기쁨과 내가 배운 교훈을 스스로 축복했다 뇌졸중을 겪고도 살아남았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뭉클했다

P108 의사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뇌졸증이 일어나고 6개월 안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내 경우에는 뇌졸중 이후로 8년 동안 뇌의 학습 및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뇌는 외부 자극을 기반으로 세포의 연결 구조를 바꾸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런 뇌의 '가소성可塑性'이 잃이버린 기능을 되찾게 하는 기본적인 힘이 된다

나는 주위 사람들이 뇌의 가소성을 믿고, 그것의 성장과 학습 및 회복의 능력을 믿어주기를 바랐다

P141 뇌출혈이 안겨준 가장 큰 축복은 순수함과 내적 기쁨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를 회복하고 강화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뇌졸중 덕분에 나는 다시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 절박한 위험이 없어서 세상을 안전하게 느꼈고, 마치 내 집 뒤뜰인 것처럼 걸었다 오른쪽 뇌가 움직일 때 우리는 인류의 가능성이라는 직물을 이루고 있는 색실들이다 삶은 축복이며, 우리 모두 현재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어릴 때부터 정신분열증을 앓던 오빠를 보면서 뇌에 관심을 가지고 뇌박사가 된 작가가 37세때 뇌졸중에 걸렸다 회복되기까지의 8년간의 기록으로 뇌졸중이 찾아온 아침부터 작가가 뇌졸중임을 인지하고 구조요청을 하고 병원까지 가는 과정은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 듯 했다 뇌질환 환자는 멍청한 게 아니라 아픈거다 말을 듣지 못하는게 아니다

의사나 보호자같은 관찰자 입장의 글이 아니라 뇌과학자인 환자가 직접 체험한 투병기로 좌뇌와 우뇌의 차이를 강조한다 우리 몸은 50조 개의 분자적 지성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이고 매순간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지금 행복을 선택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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