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둘 사이를 오가며 마지막 온기를 전하려는 한 남자결혼식을 앞두고 만삭의 아내 카린을 급성 백혈병으로 잃은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의 기록으로 그의 첫 소설이자 실화이다임신 33주, 태아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지만 카린의 독감 증상, 고열 , 기침 호흡곤란 증상으로 입원해 제왕절개로 딸 리비아를 출산하고 카린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할 때까지의 긴박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의료 용어를 모르지만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다실화이기때문에 더 슬프고 더 아프다자세하고 꾸밈없이 담담히 써내려간 글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어 아내의 삶과 죽음, 사랑과 그리움이 절절하다지금 살아있음을 곁에 있는 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P78 전문의가 나를 부른다 방 안은 덥고 갑갑하다 투명한 에크모 관 하나가 카린의 쇄골 바로 위 목에서 늘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사타구니에서 뻗어 나와 있다 정원용 호스만큼 굵은 그 관을 통해 몇 리터나 되는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P365 너는 나를 보며 죽음 앞에 독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현실 속에서는 모든 보호막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생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어디선가 자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고. 나는 그때 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너는 이제 세상에 없는데. 그것은 의식을 초월한 무(無).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