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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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우리는 저마다의 항아리를 품고 산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항아리에 어떤 말들이 고여 있을지, 나는 당신의 말이 참 궁금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P22 시간을 길게 늘어뜨린다면, 아주 긴 줄이 되겠지 우리는 그 줄을 자근자근 밟으며 걸어 나간다 시간은 늘 공평해서 아기는 자라고, 늙은 개는 더 늙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뒤돌아보면 우리가 나란히 함께 걸어온 발자국이 보인다 이 발자국을 조금 더 오래 새겨나가기를 바라본다
사실은 아주 오래오래

P77 아이와 개의 자리는 어디일까 힘의 순서에서 가장 밑바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것은 단지 순종과 복종일까 우리가 이들에게 보여줄 것은 힘자랑이 아니다 사랑일 뿐이다

P97 개는 삶과 죽음을 선택하지 못한다 대부분 인간이 개의 생과 사를 결정한다 우리가 예쁘다고 개를 데려오는 것은, 개에게 삶을 불어넣어주는 일이다 우리가 늙었다고 혹은 말을 안 듣는다고 개를 버리는 것은, 개를 생애 마지막 페이지 가장 끝자락으로 밀어 넣는 일이다

우리는 기를 쓰고 산다 살아낸다 개들도 그러하다 살아 내고 싶어 한다 단지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P127 친애하는 나의 개는 영문도 모르고 수많은 어른들에게 이름을 도용당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른들은 바로 알아야 한다 개 같은 나날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달콤한 일인지

P180 개가 제 생을 다할 때까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제 살길을 찾아 나설 때까지

나는 이들을 실컷 안아주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P246 우리는 살면서 여러 관계를 맺는다 어떤 관계는 껌딱지처럼 아주 질기게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관계는 싸구려 풀로 붙여놓은 듯 금세 떼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기쁘게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우리가 잠시 떨어져 있다 하여도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 그 확실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든든한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기쁘게 살아갈 이유가 된다

일주일 후 안락사 예정이었던 개의 사진, 짠한 눈빛을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양을 결정하고 함께 산다 그 사이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났다
1녀 1견과 함께 했던 시간들의 기록
도움의 손을 내민 사람이 더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은 진리인 거 같다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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