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물고기 묘보설림 4
왕웨이롄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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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자라는 소리를 듣다
P24 세상에 장난 아닌 게 어딨어? 내가 그림을 그린 것도 장난이었어 사람이 사는 것도 장난이잖아

책물고기
P87 나는 휴대전화의 검색 화면에서 책물고기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 조그만 벌레는 어쨌튼 기생충처럼 그렇게 부정적인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책물고기가 '신선新仙'이라는 두 글자를 세 번 먹기만 하면 '맥망脈望'이라는 것으로 변하며, 별이 뜬 밤에 그 맥망으로 별의 사신을 불러 신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버지의 복수
P113 "이 바보야, 세일즈맨은 자기 말만 하잖아!"
이 말이 나를 환히 깨닫게 했다 나는 그제야 진정한 말은 한 사람이 세상을 향해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주고 받는, 마치 규칙이 느슨한 보드게임 같은 상호 호응임을 인식했다 그런 끊임없는 호응 속에서 언어가 생기고, 방언이 생기고, 사투리가 생기는 것이다

걸림돌
P166 이 물건의 기억은 내 기억보다 더 오래가겠지 기억은 유일한, 최후의 대답이야

P173 이 세상은 조금이라도 매끄럽지 못한 것을 못 참아서 너무 평평해져버렸어요 저도 너무 평평해셔버렸죠 너무 많은 것에 의해 쉽게 매끄러워지고 말았어요

베이징에서의 하룻밤
P235 지난 세월의 농도로 인해 그와 루제의 감정은 일찌감치 발효되어 독하고 향기 짙은 술이 돼버렸다 그렇다 그는 줄곧 사람의 감정이 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해왔다 모든 감정은 짙은 향기로 유혹해오며 강하게 위를 자극하는 독한 기운이 가장 매혹적인 지점이기 때문이었다

P250 그들이 처음 사귀었을 때부터 그는 루제가 확실성이 높은 것을 갈망하는 데 반해, 자신은 늘 자기도 모르게 가능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그 가능성의 세계 안에서 루제는 어떤 튼튼한 손잡이를 붙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왕웨이롄의 소설집으로 5편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중국 현대 소설은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묘보설림 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갑다 독자로서 새로운 책을, 작가를 만나는 일은 늘 기쁘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젊은 작가 '왕웨이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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