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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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2002~2013

P83 응급실을 크게 열어놓은 수많은 대학병원들은 정작 환자가 수술 뒤 들어갈 중환자실이나 입원실이 없어 고생하면서도 중환자실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중환자실 병상 없이 응급실만 크게 만들어놓는 것은, 고속도로 정체를 해결한답시고 톨게이트만 크게 만들어놓은 것과 같다

P148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기준은 헐거웠고, 적합한 병원에 대한 정보는 미약했다 구조구급대는 현장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병원을 선택할 것이어서 환자는 때로 가야 할 곳을 두고 가지 말아야 될 곳으로 옮겨졌고,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들을 기다렸다 그 후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옮겨지다 무의미한 침상에서 목숨이 사그라들었다 그런 식으로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종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이송 시간은 평균 245분, 그사이에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그렇게 죽어나가는 목숨들은 선진국 기준으로 모두 '예방 가능한 사망'이었다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와야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골든아워golden hour'다

P169 가해자가 휘드른 칼과 내가 쓰는 칼 수술방 간호사scrub nurse가 수술칼을 손에 쥘 때마다 나는 칼의 의미를 생각했다 의사의 칼이라고 항상 안전한 것이 아니다 의사의 칼도 실수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칼을 조심히 써야 한다는 것우 일반인이나 의사나 다름없다

P328 중환자실에 누운 환자가 의식이 없어도 그 몸이 스스로 살고자 애쓰고 있음을 느낄 때 나는 놀랍고도 안쓰러웠다 그러나 환자가 결국 '사망'으로 종료되면 그 허탈과 허망을 견디기 어려웠다 외상외과 의사로서 아픈 기억들은 켜를 이루며 쌓여간다 많은 의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술적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끊임없이 찾아오고, 뼈아픈 기억들은 의사에게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틀리지 않다 환자의 죽음과 보호자들이 쏟는 눈물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 환자들이 숨을 거둘 때 나 또한 살이 베어나가듯 쓰렸고, 보호자들의 울음은 귓가에 잔향처럼 남았다

드라마 <골든 타임> 이성민 역활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이국종교수님
'골든 타임'은 TV나 라디오의 시청률이 제일 높을 시간대를 뜻하는 말이고, 생명을 살리는 '골든 아워'가 맞는 표현이다

<아덴만 여명 작전> 이후 이국종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았었다
어릴 때 기억임에도 다른 말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적자'라는 말은 분명히 기억난다 환자를, 사람을 살릴수록 적자라니 의아했다
높아진 평균 수명때문인지 우리나라 의학이 선진국 수준인 줄 알았는데 외상외과는 이렇게까지 열악했다니
사람을 살리고도 엄청난 '적자'때문에 원흉이 되어 비난받는 현실이 너무나 아프고 안타까웠다

P389 나와 내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이 갈 때 환자는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이 아이러니를 나는 어쩌지 못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타인을 살리고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걸어야 했다

P418 팀원들 모두가 자주 아팠고, 아픈 것이 기본이 되어 아픔을 일상으로 여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플 때에 아프다고 알리는 일조차 없었다 어딘가 부러지고 쓰러질 때가 되어서야 보고가 되었다
그것이 마치 이곳에서의 생존법칙인 것만 같았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원론적으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사실 왜 지속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이 유일한 장점이었으나, 그것을 위한 대가는 너무 컸다 쉴 새 없이 고꾸라져 나가는 팀원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서문에서 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임을 밝혔는데 마지막 장에 등장인물이 나온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엔딩신처럼...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였으면(440페이지 스릴러 두께) 그래서 이어질 2편에 엄청난 반전을 기대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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