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 -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모략과 음모로 가득 찬 범죄 노트
세스 슐만 지음, 강성희 옮김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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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것의 반복적인 활동은 마법과 같은 힘을 가진다. 대부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하나의 단어를 들으면 나머지 하나를 연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뉴튼은 만유인력,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증기기관차는 누구이고,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 그리고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이렇게 반복학습효과에 의한 기억들. 과연 모두가 진실이며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한번쯤 의문을 제기해 보아야만 한다.
사실상 어떤 것이 확실한 거짓이며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치더라도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된다면 우리들 뇌는 차츰 차츰 헷갈려하기 시작하고, 오랜 기간이 이 활동들이 반복됨에 의해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 바로 우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맹점의 하나이다.

특히 어떤 확실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라면 우리들이 습관적으로 접하는 글과 말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마치 그것이 곧 진실일 것이라고 믿게 되는 습성이 있다. 이는 이성이 아니라 본능에 가깝다.

모든 신앙이나 종교에서 주문이나 기도문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하고, 암송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군대와 같은 특별한 조직에서도 "복무신조"와 같은 것은 여느 종교와 마찬가지로 숙지의 수준을 넘어서서 암기, 암송이 가능할 정도로 반복되는 것이다.반복에서 최면과도 같은 절대적인 믿음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복된 활동을 거부해보라. 그러면 아마도 그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일 것이다.
 
세뇌교육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뇌를 완벽하게 속일 수 있는 교육이 아닐까 싶다. 대 다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냥 조작하여 믿게끔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집단 군중심리를 잘 이용하여 믿게 끔 만들어 2차세계대전의 중심부에 있었던 히틀러나 일본 군국주의자들, 뭇솔리니와 같은 사람들은 또 어떠했는가?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람이 바로 벨에 관한 것이다. 하나의 특허권으로써 미국 사상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였다고 하는 전화기의 발명에 얽힌 억측들과 역사적으로 행해진 지난 날의 150여년의 시간을 거슬어 올라가 일반인에게 밝혀질 수 없었던 사건들을 논리적으로 재해석 해 낸 연구 보고서이다.

소설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상 소설이 아닌 사실에 바탕을 둔 "그레이와 벨에 얽힌 전화기 발명 특허에 대한 숨겨진 진실" 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는게 맞다고 보여진다.

사실상 저자 세스 슐만은 과학,기술 및 환경전문기자로 다수의 과학전문잡지와 주요 일간지에 기사를 연재했으며 "네이쳐"지 보스턴 특파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4-2005년 동안 MIT 디브너 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선정되어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 대한 연구 결과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휘그주의"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의 "휘그당"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역사학자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묻혀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령 "감기"라고 표현되는 것이 사실은 "임신"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은 이 책에서 알게된 사소한 정보중의 하나이다. 결국 특정 사건이라고 해서 편협된 시각으로 해석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주변 상황여건을 종합하여 해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하는 행동결과만 보는게 아니라 왜 저래야만 했을까 하는 이유까지도 알아야 한다는 포괄적인 노력이 있다면 인관관계에서도 더 깊고 편안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는 역사적 정황상 그레이엄 벨과 그의 후원세력과 동조세력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레이에게서 원천 아이디어를 훔쳐 벨의 것으로 만든 사상 유래없는 사기극이라는데 동의한다. 벨이 어떤 이유이든 이 역사적인 순간에 그레이에게서 기술을 도용하였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비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도덕적으로 고뇌하던 모습이라고 해석 할 수 있는 편지글이나, 당시의 미국 특허청에서의 비정상적인 행태들, 그리고 특허전문변호사들과 기업가들의 계산된 행동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그레이엄 벨을 "전화를 발명한 사람"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벨은 그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어찌,  막 출원되어 아무도 몰라야 할  기술을 경쟁자가 알수 있다는 말인가. 기적과도 같은 그 사실이 결국은 벨을 영광스러운 전화발명가로 만들지 않았는가.

지금도 어느 나라나 정치와 사회, 문화, 과학, 체육 등 많은 분야에서는 법 테두리안에서 행해지는 비도덕적인 행위들과, 법을 넘어서까지 자행되는 갖은 비리와 공작활동이 존재하리라고 믿는다. 결국 그 자들이 행하는 활동은 개인의 영달을 넘어 대다수를 속이려는 사기행위이기도 하며, 소수에게는 한 평생을 바친 삶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으며, 더 나가서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추악한 행위일 수도 있음을 안다.

특허라는 것이 어쩌면 상업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합법적인 독점권이 아닌가. "돈을 내거나 아니면 독점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 말든가 그것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먼저 일정부분 비용을 지불한다면 기술 선점권을 줄 것이다. 반대로 만일 당신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같은 것을 만들어낸다면 응징을 가할 것이다"라고.

결국 이 시대에도 자본과 인맥을 악용하여 도덕적 양심을 사려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이와 같은 사기행각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음이 안타깝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과거에 전혀 기술적 교류가 없던 지구 반대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것을 발명하기도 한다. 먼저 "이것은 내 것!"이라며 특허국의 힘을 빌어서 공식적으로 "찜"을 해 놓아야만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물며 지금과 같은 급격한 인적교류와 정보의 교류가 행해지는 시대에는 오죽하겠는가 누가 어떤것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치열한 경쟁의 속도 싸움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유출된 아이디어조차도 안전하지 않다. 누군가 이미 도용하여 실용화계획을 세우고 실용화에 착수하며 선점권을 제출했을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 등록을 통한 권리확보와 권리주장과 방어, 그리고 더 나가서 상업적인 전망까지도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패배자로 남는 발명가를 피할 수 있으며 성공적인 발명가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다음을 보면, 고정관념과 잘못된 전망이 어떤 위험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만일 그레이가 초기에 전화에 대한 미래를 제대로 보았더라면 적극적 대응 내지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전신업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던 그레이에게는 음성을 전송하는 전화도 흥미로운 물건이었지만 다중 전신기야말로 더 중요한 성업적 목적을 만족시키고 상당한 액수의 재정적 보상을 즉시 가져다 줄 수 있는 발명품이었기 때문이다"(p.226)

"웨스턴 유니언사의 한 임직원은 나중에는 전신국 교환원이 전선으로 목소리를 보내 전문 대신 서로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사람들은 전신교환원이 서로 이야기한다는 발상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상업적인 이점은 없다고 생각했다"(pp.227~228)

과학과 특허, 그리고 발명과 전화발명, 전신의발명 그리고 벨과 그레이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편안하게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이유야 어떻든 간에, 하나된 지구에서 훌륭한 발명들이 우리나라 연구자로부터 나오고 등록되고 실용화되어 세상을 더 많이 이롭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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