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윤영무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전통적 유교주의에 의한 전통적 가부정적 사회에서의 남성 권위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근대화와 현대화를 거치며 남여평등의 목소리 아래 남성의 권위는 조금씩 계속 변화하여 이미 과거와는 달리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해진 권위와는 비례하여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가장으로써 느끼는 의무와 책임감은 과연 얼마나 약화되었으며, 또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겠는가! 결코 달라진 것은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사실상 책임감이라는 것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사회가 함께 만들어주는 것이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특히 근래 들어 한국에서의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다른 선진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부족하다. 그 이유는 가장으로써의 경제적 책임을 전제로 하는 활동들과 부수적인 활동들에 시간을 빼앗겨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해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이 과연 얼마나 남성들의 어깨를 짓누르는가.
이 책에서는 한국의 남자들이 겪는 많은 것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쉽게 와 닿는 부분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외로운 외침과 삶을 지탱해 주는 힘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낯선 소수의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녀교육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고생하는 가장과 아버지들 또는 자녀와 아내를 위하여 자기 몸조차 챙기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외국어 때문에 또는 유학 때문에 머나먼 이국으로 가족을 떠나 보내고 외로이 생활하는 아버지들의 위대함과 사랑이 고스란히 이 책 속에 묻어나고 있다.
먼 훗날 자녀들에게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변명함에 있어 "그 때는 너희들과 놀아줘야만 했었다"라는 말은 자녀들에게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때는 돈을 벌어야만 했기 때문에 너희(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다"는 것 또한 없어야만 될 안타까운 말이다. 사실상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후자에 가까운 말들을 하며 자신을 후회하게 되는가.
우리 모두가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이며, 자신이어야 한다. 따뜻한 가정을 바탕으로 할 때 이 사회는 보다 풍요로워 질 수 있다고 믿는다. 경제적 수입을 위하여 가족을 일보다 뒷전에 놓일 때, 작은 불화의 씨앗은 뿌려진다고 믿는다. 물론 이 씨앗이 심어지지 않게 하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면 이는 그나마 다행일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늦으막한 시기에 외롭고 고립된 남성 자신을 발견하게 될 런지도 모른다. 따뜻한 가족과 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는 말자. 하나의 선택이라는 누구나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 책임감 있는 가장이라면 둘 모두에게서 균형적인 삶을 선택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어쩔 수 없는 남자로서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일 수도 있겠지만 책임감이 부담스럽다면 당당한 권리라고 생각하자.
저마다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는 이 사회는, 가족의 구성원에게 조차 권리 우선을 주장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그나마 남아있는 경제적 부양책임을 느끼고 있는 많은 가장들에게 있어 허무함을 안겨 줄 것이다. 그 가장이 꼭 남성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 얼마나 상상하기도 겁난 사회이겠는가.
이 책을 통해서 현재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를 돌아보고, 아버지에 관해서 생각해보며, 또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 가족의 따뜻한 한마디 사랑과 응원에 지친사람이 힘을 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사랑과 응원의 목소리가 넘치는 따뜻한 가족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해 본다.
가장으로써 자녀에게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말을 꼭 들을 수 있기 위해서,
아내에게도 더 없이 훌륭한 남편이었다는 말을 한번 듣기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 매 순간 충실하고 후회없이 살았었노라고 되돌아 보는 삶을 위하여 매 순간 몰입하는 즐거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