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즐거움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존 다이어 외 지음,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이 담긴 『걷기의 즐거움』. 서른네 명의 작가가 다양한 장르(에세이, 시, 소설)의 작품을 통해 드러낸 걷기에 대한 생각을 발췌하여 엮은 책이다. 17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반까자의 글 중에서 색다른 관점으로 걷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였고, 선집에 실린 대다수 시인, 소설가, 수필가들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옛말을 지지한다.

 

엮은이 서문

1장 걷기는 마음이 시키는 일

2장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3장 걷는 존재들

4장 도시를 걷는 산책자

이 책에 실린 글

차례

혼자 걸어서 여행할 때처럼 완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고, 감히 표현하자면

그렇게 완전한 삶을 영위한 적도,

그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 되어본 적도 없었다.

장 자크 루소 《고백록》_『걷기의 즐거움』 엮은이 서문 중에서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은 걸어야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헨디 데이비드 소로 만큼은 아니지만 늦겨울에서 초여름까지 나는 퇴근길에 한 시간씩 걸었다. 나의 걷기는 책에 수록된 이들이 말하는 자유로움과 사색의 길과는 조금 멀었는데 이유인즉슨,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시작이 그렇듯이 첫 발짝을 떼고 나면 앞으로 필연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이쯤에서 버스를 탈까, 하는 약한 마음이 들다가도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걸어 나갔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일이어서 그러다보니 눈앞에 지나가는 버스를 봐도 아쉽지 않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사무실이 지하에 있는 지하 생활자라서 하늘을 보며, 바깥 공기를 마시며 걷는 일의 즐거움을 새록새록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가 점점 길어지고, 꽃이 피고 잎사귀가 무성해지는 계절의 흐름을 몸소 체험했다. 사라졌던 근육들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도 기꺼웠고, 걷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같았다. 여름이 되어 일시적으로 걷기를 멈췄지만, 걷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온 참에 딱 알맞은 책이 내게 왔다.

 

걷자, 걷자 오솔길을 따라,

즐겁게 둑을 넘어가자.

즐거운 마음은 온종일 걷지만,

무거운 마음은 10리도 멀구나.

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 4막 3장에서

『걷기의 즐거움』 _P.48

인간의 몸은 마치 경주마와 같아, 가벼운 사람을 태우면 멀리 자유롭게 갈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가벼운 사람은 즐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중략)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대지를 걷는 달콤함을 맛보려면, 주변에 있는 일상적인 것에 정성을 쏟아야 하며 항상 돌아오는 소박한 보상에 만족해야 한다.

존 버로스 《길가의 환희》_『걷기의 즐거움』 중에서

 

존 버로스는 걱정에 찌들고 조급해하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오늘을 담보 삼아 불만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에게 걷기라는 처방을 내린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카피가 한동안 유행할 때가 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마음이 무거운 자여, 걸어라!' 라고 해야 할까? 걷다 보면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들이 점차 그 무게를 잃고 조금쯤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다는 건 걷기의 특별한 베네핏이다.

 

걸으면서 우리는 대지와 만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어떤 정교한 도구나 여분의 자극도 필요 없기에, 시인이나 철학자에게도 걸맞은 활동이다. 하지만 걷기를 온전히 즐기려고 하는 사람은 소위 '명상을 관장하는 천사'를 기릴 만한 마음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격렬한 육체적 여가 활동이 주는 인위적인 자극 없이도 자신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레슬리 스티븐 《걷기 예찬》_『걷기의 즐거움』 P.66

 

사실, 앞서 말한 건강상의 이유로 작년에는 스스로 매일 걷기 챌린지를 시도했다. 코로나 이후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떼어가며 만보를 걷고, 때로는 이만 보를 걸었다. 낮에 걷지 못하면 밤에도 종종 걸었는데, 밤산책은 한낮의 걷기와는 다른 정취를 내게 안겨 주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얘기하듯 새장에 갇혀 지내다가 해방되어 새롭게 날갯짓 하는 새처럼은 아닐지라도,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집안일이나 육아에서 잠시간 해방되어 나만의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은 나름의 해방감을 주었다.

 

마음이 무거우면 몸도 무거워진다. 발걸음도 가볍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환하게 열린 길을 따라 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몸도 마음도 가붓해진다면 정말 좋겠다. 많은 작가들이 그토록 걷기를 예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걷기의 효용이 가득 담긴 이 책을 통해 일상에 찌들어 지친 사람들이 삶의 기쁨과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더불어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인플루엔셜 #걷기의즐거움 #수지크립스엮음 #우리가사랑한작가들의매혹적인걷기의말 #서평단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타이틀 #책속의문장 #온담캘리 #온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