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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평점 :
서문
첫 번째 방_오직 홀로, 영감에 귀 기울이는 곳
*누워서 쓰기
*작가와 반려동물
두 번째 방_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
*새해 글쓰기 결심
*퇴짜 맞은 명작들
세 번째 방_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
*카페에서 쓰기
*하루에 얼마나 쓸까
네 번째 방_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곳
*작가의 도구 1: 의자
*작가의 도구 2: 타자기
다섯 번째 방_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작가의 도구 3: 잉크
*운동과 글쓰기의 관계
방문 정보
차례
누구보다도 작가들은 테이블과 의자, 커튼, 카펫 같은 소유물을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어 내며, 그곳에 지워지지 않는 정체성을 남긴다
-버지니아 울프, <위인들의 집>
작가의 방_ 서문 첫 인용_P.9
'집과 방은 사람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니 누군가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기를 여러 권 읽는 대신 그가 살던 집을 한 시간 둘러보라'던 버지니아 울프의 글처럼,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곧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글에 공감합니다.
독자들은 물론 작가들까지 다른 작가들의 공간을 궁금해하기 마련입니다. 『작가의 방』은 50인의 작가들의 집필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작가들의 집필실, 그 성역의 공간에 살포시 발을 디딜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작가의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물은 비범함을 목격한 증인입니다. 그의 서재를 거닐며 어질러진 책상을 구경하고 삐걱거리는 문을 지나는 사이, 작가가 우리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이제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환경과 습관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죠.
작가의 방_ 서문 중에서_P.11
이제 50인의 작가와 그들의 공간에 얽힌 에피소드, 오랜 세월 작가의 외로운 글쓰기를 지켜본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볼 시간입니다.
첫 번째 방부터 애거사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마르셀 프루스트 등의 쟁쟁한 작가가 대거 등장합니다. 집필실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다음 책을 계획하고 글을 쓸 기회를 찾는 애거사 크리스티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두막 집필실로 출근한 버지니아 울프.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놓인 아주 작은 십이각형 호두나무 테이블에서 매일 글을 쓴 제인 오스틴과 침대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대표하는 마르셀 프루스트. 그리고 반려동물이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고양이 문을 만들어 둔 마크 트웨인의 팔각형 오두막 서재는 존 스타인벡이 '조이어스 가드'라는 육각형 집필실을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공간이었다고 해요.
처형 수지 크레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재를 지어 줬습니다. 지붕이 뾰족한 팔각형 서재인데, 벽마다 커다란 창문이 있죠. 멀리 푸른 언덕과 골짜기,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데 자리잡아 완전히 고립돼 있어요. 소파와 테이블, 의자 서너 개면 꽉 차는 아늑한 공간입니다. 멀리 계곡에 폭풍이 몰아치고, 언덕 위로 번개가 치며, 머리 위 지붕으로 비가 쏟아지는 그런 황홀한 순간을 상상해 보세요!
당구장과 오두막에서 탄생한 모험담_P.64
벽마다 커다란 창문이 있는 팔각형의 작은 서재. 그 황홀한 순간을 저도 떠올려봅니다. 제임스 오시스의 매력적인 그림 덕분에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네요. 작가의 방에 대한 묘사와 그림을 통해 각기 다른 작가들의 집필실을 앉은 자리에서 여행할 수 있는 놀라운 책입니다.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인 두 번째 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로알드 달의 자택 정원 한편에 벽돌로 지어진 오두막이에요.
이 오두막에 있을 때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종이만 보인다. 내 마음은 윌리 웡카나 제임스, 미스터 폭스, 대니, 그 밖의 모든 상상 속 캐릭터들과 함께 멀리 떠난다. 공간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곳은 엄마의 자궁처럼 부드럽고 고요하고 어두우며, 바람에 휘파람을 불고 꿈을 꾸며 부유하는 곳이다.
추억에 둘러싸여 글을 쓰는 동화 작가_P.91~92
'작은 보금자리'라고 불린 그 오두막은 달이 세상을 떠난 20년 뒤, 로알드달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해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족사진을 걸어 놓고, 매일 글을 쓸 때마다 딸의 얼굴을 바라보던 달의 오두막은 아주 다정하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도쿄 와세다대학에 있는 무라카미하루키문학관에도 방문해 보고 싶어요. 그의 서재를 똑같이 재현한 모형도 볼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음반들도 들어볼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이 되겠지요.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 이라는 세 번째 방에 이르면 특정한 집필실이나 루틴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어요. 아이들을 돌보며 육아의 빈틈, 그 사이사이에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미 유명해진 카페를 전전하며 글을 썼던 J.K.롤링도 이 챕터에 수록되어 있어요. '웬만한 남성 작가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글쓰기와 집안일을 병행'했다는 실비아 플라스의 짧은 삶은 마음에 애잔함을 남겨주었습니다.
세 번째 방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서 코넌 도일의 '책상으로 변신하는 트렁크'였어요. 닫혀 있을 때는 여느 트렁크와 다르지 않은 매력적인 여행 가방처럼 보였지만, 활짝 열면 책꽂이, 타자기, 서랍까지 있는 책상으로 변신했다니 정말 특별한 트렁크가 아닐 수 없었어요.
그리고 글을 쓸 때 특정한 공간에 매이지 않을뿐더러 작업 방식에도 까다롭지 않'은 작가도 있었는데요. 맨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힐러리 맨틀입니다. 글을 쓰는 장소에 유연한 편이지만, 바다가 보이는 황홀한 풍경을 즐기려고 몇 년간 해변 근처에 글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바다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부럽기 그지 없는 작업 환경입니다.
이어서 자연이 말을 걸어 오는 곳인 네 번째 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업실은 빅토르 위고의 집필실입니다. '전망대'라고 알려진 삼면이 유리로 된 집필실인데요. '크리스털 룸'이라고 불린 이 곳은 어디에서든 바다가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고 해요. 여름에는 찌는 듯 덥고, 겨울에는 얼어붙을 듯 추울지언정 바다를 보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이 방에 운치를 더해 준다네. 어둑한 모퉁이와 탁 트인 시야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몽상을 즐길 수 있지.
포기할 수 없는 바다 풍경_P.182
≪피터 래빗 이야기≫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비어트릭스 포터는 어릴 때부터 동물과 자연에 애정이 많았다지요. 개발 위기에 놓인 17세기 농장 힐탑을 사들인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을 거예요. 힐톱의 2층 침실 창문 앞에 놓인 자그마한 원목 책상에서 모두 열 세 편을 집필했다고 하니,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빚어진 이야기들이라서 그토록 따스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 다섯 번째 방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특히, 소녀시절 저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던 ≪제인에어≫의 샬롯 브론테, 브론테 자매들의 작가실을 엿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는 모두 거실에 놓인 접이식 마호가니 식탁에서 탄생했다고 해요.
따뜻함과 안락함, 편안함의 극치였다. 대체로 진홍색을 띤 가구들은 소박하지만, 가구에 바라는 모든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함께 쓰는 동료의 소중함_P.225~6
브론테 자매들이 각자 쓰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듣는 공동 작업실은 정말 부러운 공간이었어요. 비단 공간뿐 아니라 가족이면서 함께 글을 쓰는 동료로서 무척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을 것 같아요.
연필 애호가인 존 스타인벡에게는 유니크한 이름의 여러 집필실이 있었는데요. 앞서 말한 '조이어스 가드', '작은 등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방' 등이었어요. 어느 집필실에서든 속도 있게 글을 쓰는 그는 검은색의 둥근 연필을 주로 사용했어요. '연필에 쏟는 불필요한 노력과 애정이 별난 행동임'을 스스로도 인정했다는데요.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종이 위의 산책자』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연필로 한 자, 한 자 정성껏 필사를 하는 분인데, 딱 맞는 연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아마도 존 스타인벡이 느끼던 그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작가에게 특별한 도구인 의자, 타자기, 펜과 잉크에 대한 이야기도 뺴놓을 수 없지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도 두 말 할 것 없는 진리이고요. 책의 말미에는 작가명의 가나다순으로 방문 정보가 적혀 있어요. 박물관의 사이트까지 자세히 적혀 있어서 방문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귀한 꿀팁이겠지요.
50인의 작가, 그들의 방을 들여다보고 생활 패턴이며 갖가지 에피소드를 읽는 동안 놀람과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짧은 꼭지 안에 작가의 삶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잠시 작가의 방에 한 발짝 들어선 느낌이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작가들의 방은 어쩌면 그들 자신과 가장 닮은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주말 집안 정리를 꼭 좀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작가들의 방이 궁금하시다면 어서 오세요. 『작가의 방』 에서 펼쳐지는 50인의 작가 작업실을 살펴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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