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 시인 김용택의 인생 100시, 삶이 모여 시가 된다
김용택 지음 / 테라코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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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열면 가장 앞 면지에 「_님이 살아갈 모든 순간은 소중합니다.」 라는 글이 박스 안에 적혀 있어요.

 

0세부터 100세까지

시로 만드는 삶의 순간들

띠지 문구

 

시인 김용택의 인생 100시, 삶이 모여 시가 된다는 부제처럼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에는 0세부터 100세에 읽으면 좋을 시들이 어여쁜 그림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이사이 시인의 글도 삽입되어 있어요. 각각의 나이에 적힌 시들도 시들이지만, 100편의 시들 사이에 적힌 김용택 시인의 글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더군요. 

 

'알 수 없는 인생'이라서 '삶은 다 거기가 거기'이며 '우리 모두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시인은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

 

어둠의 터널을 지나 이제 밝은 햇살을 잠시 본 것 같은데, 다시 또 저 앞에 터널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서 있는 것 같은 시기에 이 책을 만났어요. 인생사 새옹지마, 라는 말을 곱씹어보지만 그다지 힘이 나지 않았는데, 뼈 때리는 글로 정신이 번쩍 나고, 그래도 잘 살고 있다는 글에 위로를 받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담았습니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적힌 시들은 조금쯤 여유롭게 읽고, 내 나이대에 적힌 시들은 십분 공감하며 읽고, 아직 찾아오지 않은 나이에 적힌 시들은 약간의 존경과 선망을 담아 읽었습니다. 책에 적힌 나이를 내 인생에 담게 되면 또 어떤 느낌으로 이 시들이 읽히게 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켜켜이 쌓인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읽는 시는 한결 다른 느낌이 들겠지요.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삶에는 연습이 없지요. 알지만 알고 있지만,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이렇게나 많이 떠오르는 걸 보면 말이죠.

 

내일로 미룰 것은 내일 뿐, 이라는 글에 뜨끔했어요. 지금이 좋아야 내일이 좋다면 나의 지금은 게으름과 작별할 시간입니다.

매 순간 사라지지 않고 쌓여가는 삶의 나이테에 어떤 모양이 새겨질지는 지난 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를 성실히 살아내면 후회할 일이 조금쯤 줄어들겠지요.

게으른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바람은 커서, 나의 하루가 엉망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이 글귀를 읽었어요.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저라서 요즘 특히 뭐든 맘처럼 되지 않는 것 같고,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고 있는 건 아닌지 회의감이 들곤 했거든요.

 

당신은 지금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잘 살고 있다

 

이 문장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 저도 몰랐습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토닥여주는 것 같은 한 문장이었어요. 조급해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바쁘고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 초초했거든요.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고,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을지언정 생각한 것보다 잘 살고 있어, 라고 소리내어 말해봅니다. 다른 사람의 귀가 아닌 내 귀에 들리게 말이지요.

 

삶의 모든 순간이 한 편의 시처럼 오랫동안 빛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나고 보면 가장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다르지 않았다'는 시인의 마음을 알기까지 아직은 제게 시간이 좀 더 필요한가 봅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자꾸만 제 인생에 오르막길이 턱하고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것이 인생이라면 별 수 있나요. 넘어가고 또 넘어갈 수밖에요.

 

혼자라고 느껴질 때 이렇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참 좋겠어요. 삶의 모든 골짜기마다 누군가의 따스한 말 한 마디, 내밀어 준 손을 잡고 또 이영차 올라옵니다. 그래서 또 하루를 살아내고,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요. 흘러가는 세월 속에 삶을 살아낼 지혜도 쌓이고, 내 편이 되어줄 이들도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하긴, 진정한 내 편은 온 세상에 딱 한 명만 있어도 남부럽지 않을 거예요. 나를 가장 잘 알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 갖고 계신가요?

 

길가에 서 있는 미루나무잎을 스치는 바람 같은 게 삶이라서 이렇게 모퉁이를 돌 때마다 쓸쓸하고 외로운 거군요. 가을 하늘은 어여쁘기만한데, 곧 나무들이 색색의 옷을 벗어던지고 나면 스산한 겨울 바람이 불겠지요. 가을이 지나 겨울이 찾아올 때, 더는 쓸쓸하지 않았으면 더는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기쁘게 할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라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기뻐하는 것, 내가 즐거울 수 있는 것, 내가 감동할만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겨 봅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스스로를 감동시킬 이벤트를 한 번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내 마음이 물들지 않으면 이 아름다운 가을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내 마음이 꽃처럼 피어나는 단풍들과 같이 화사하게 물들어 환해지기를 바랍니다. 환한 미소로 이 가을을 맞이하고 떠나보낼 수 있기를, 색색이 물든 내 마음을 잘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라요.

 

강에 나가 보았다.

비가 강을 걸어 건너간다.

건너간 빗방울들이 마을을 뒤돌아본다.

마치 내가 지금도 거기

서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는 듯이

당신은 지금 살아온 자리 그 자리 그곳에서 빛나고 있다.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라.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_P.107

 

비가 강을 걸어 건너가서 뒤돌아 나를 바라본다는 구절에 어쩐지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살아온 자리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는 구절에 마음이 쿵 내려 앉습니다. 빛이 난다는 말은 어쩜 이렇게 늘 제 마음을 설레게 할까요. 언젠가는 꼭 빛나는 사람이 될거라고 적었던 소녀 시절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떠올립니다. 혼자서 우뚝 서리라, 고 다짐했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슬픔에 기'대면 '혼자도 멀리 갈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을 기억합니다. '시를 쓴다기보다 시를 그리는 편'이라는 시인은 평생 강을 보며 살았다며 이 시집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강을 건너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 일어나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보니, 나의 인생은 또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 앞에 어찌 인생을 묻고 답하겠는가.

그냥, 살았다.

맺음말_이것은 나의 인생 중에서_P.207

 

'그냥, 살았다'는 문장 안에는 무수히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모든 것을 비워내듯, 그냥 살았다고 툭 던질 수 있는 내공이 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지나가야 할까요. 지금의 저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은 내일뿐이니 지금의 나를 잘 가꾸고 사랑해줘야 겠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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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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