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많은 여자들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착한 딸, 착한 며느리, 착한 아내, 그리고 착한 엄마까지. 나를 둘러 싸고 있는 이들과의 관계로 규정지어진 '나'의 역할이 때로는 참 버겁고 떄로는 참 아프고 때로는 참 씁쓸했던 시간들, 어쩌면 마흔 즈음에는 그 역할의 무게가 내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도 이젠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내 손길이 아니면 안되는 시기를 지나 반항기에 접어들고요.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이미 답습되어 있는 역할과 의무라는 테두리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현타가 오게 마련이지요. 남들이 원하는 대로, 주변에서 요구하는 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하루하루 살아내다보면 때때로 내가 누구인지, 도대체 나는 뭐 하는 사람인지 자괴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는 '내'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