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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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서평단 선정으로 『수상한 중고상점』을 받았습니다. 지난번 신간 『용서받지 못한 밤』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다음 작품이 나와서 처음엔 놀랐는데요. 알고 보니 2011년에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으로 출간 후 절판되었다가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하여 『수상한 중고상점』으로 재발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띠지에 적힌 '일본 문학상 글랜드슬램 달성 작가의 경쾌하고 다정한 힐링 드라마' 라는 문구가 정말 딱 맞는 것 같아요. 프로필에 나온 것처럼 '의도적으로 경쾌하게 쓰인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의 마음 따뜻한 활약이 두드러 진다'는 말에도 공감하고요. 술술 읽히지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따스함에 어느새 미소를 지으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나무가 자라는 절

역자후기

차례

소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중고상점에서 일어나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요. 각 장의 서두는 가사사기 중고상점의 동업자인 히구라시가 매번 사찰 오호지의 주지에게 얼토당토 않은 물건을 떠맡아 오는 것으로 시작해요. 아, 마지막 겨울만 빼고요. 마지막 장에 이르러 스님에 대한 히구라시의 태도가 '깡패같은 땡중'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에서 '사랑스러운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처럼' 스님을 부르는 변화가 있지만 그 또한 반전이 살짝 가미됩니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스님이랄까요.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훈훈함을 자아내는 최종 보스같은 느낌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의 진지함과 무거움보다는 추리를 골조로 하되 위트와 재치가 잘 버무러져 있는 따스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피의 법칙』은 몇 번을 읽어도 배워야 할 내용이 바닥나지 않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실패의 예, 그것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재주꾼들의 말로 완벽하게 망라해놓은 게 바로 이 책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실패란 무엇인가를 샅샅이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히구라시."

봄, 까치로 만든 다리중에서_P.13

가사사기 중고상점의 사장인 가사사기는 손재주가 있는 히구라시를 설득, 영입해 중고상점을 시작합니다. 그가 늘 몸의 일부처럼 지니고 읽는 책은 『머피의 법칙』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홈즈를 자청하며 사건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물론, 가사사기의 추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히구라시의 숨은 노력이 필수였지만요. 가사사기를 천재라고 믿는 여중생 나미를 위해서라도 히구라시는 가사사기가 추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물밑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여름, 스르라미가 우는 강_P.143

나는 지금 이 자리를 떠나기가 정말로 아쉬웠다.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서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겠다는 뜻이리라. 나는 사치코도 이 순간을 아쉬워하기를 딱히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이 공방에서 보낸 2년을 아쉬워했으면 좋겠다. 지금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언젠가, 어디선가, 아쉬워했으면 좋겠다. 추억에서 끄집어내 자신의 힘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나는 사치코라면 반드시 그렇게 하리라 믿었다.

여름, 스르라미가 우는 강_P.145

히구라시는 때떄로 가사사기의 엉망진창인 추리를 위해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지요. 그리고 사건을 해결했다고 의기양양해진 가사시기의 뒤에서 히구라시는 조용히 사건의 진면목을 풀어내 도움의 손길을 건넵니다. 어려움에 처했거나 상심한 이들을 위해 최대한 티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말이죠. 상대방을 위하는 따뜻한 배려 덕분에 이야기가 끝날 때 쯤에는 마음이 훈훈해지고, 다음 장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볼드리지의 법칙. '무슨 일에 말려들지 사전에 알고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히구라시, 인생에 첫 번째로 필요한 건 행동력이라고."

가을, 남쪽 인연_P.158

가을에 이르러 가사사기 중고매장에 매일 와서 살다시피 하는 여중생 미나미 나미의 속사정이 드러납니다. 나미를 낙담시킬 수 없다고 되뇌는 히구라시의 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는데요. 이마저도 마지막 장에서의 나미의 태도를 보자면 이미 진짜 사건을 해결하는 건 히구라시 임을 나미도 알고 있다는 걸 독자들은 눈치채고 맙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앞에 나서서 의기양양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가사사기나, 그런 가사사기를 천재라고 치켜세우는 나미나, 가사사기의 사건 해결이 성공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애쓰는 히구라시나, 제가 보기엔 그저 웃음이 나오는 따스한 풍경인걸요.

달빛이 비치는 정원에 서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동안, 가슴 속에서 미나미 씨 집안의 장래를 비관하는 마음이 점점 작아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아질 것이다. 리호와 나미도 다시 리본으로 서로를 꼭 묶는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온다. 애당초 별자리를 만든 것은 자연이나 신이 아닌 인간이다. 나미와 리호도 언젠가 반드시 자신들 사이에 튼튼하고 아름다운 리본을 그리리라. 꼭 둘이서 할 필요는 없다. 나랑 가사사기도 있다. 고조도 반드시 되돌아온다. 모두 함께하면 된다.

가을, 남쪽 인연_P.241

마지막으로 겨울이야기에서는 오호지의 주지 스님에게 매번 팔지도 못할 물건들을 엄청난 가격에 매입해 늘 지갑에 돈이 없던 히구라시에게 처음으로 지갑에 돈이 있는 날이 옵니다. 늘 팔지도 못할 물건을 실어 나르던 미니 트럭에는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지요. 이번에는 주지 스님에게 물건을 팔고 돈을 받았거든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지스님에게 귤을 먹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만해도 분명 두둑한 지갑에 기쁨에 찼던 히구라시였건만, 절에 가서 귤을 수확한 다음에 판도가 바뀌었지요. 역시나 히구라시는 스님께 당할 수밖에는 없는 처지인가 봅니다. 후훗!

쳐다보자 가사사기는 콧물 두 줄기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 한가운데만 붙은 입술 양옆이 실룩실룩 떨렸고, 그 곁으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갑자기 콧속이 찡해져서 바로 얼굴을 돌렸다. 가사사기가 눈물을 터뜨린 이유도, 내가 울고 싶어진 이유도 명확하게는 모르겠다. 모르지만 나는 어쩐지 오늘 여기에 오길 잘했다 싶었다.

"모두 가지각색이구나."

겨울, 귤나무가 자라는 절_P.278

'주인공 가사사기와 히구라시가 운영하는 중고상점은 늘 적자에 허덕이지만, 행복과 감동은 모자라지 않는 수상한 곳이다. 독자 여러분도 행복하지 않을 때, 행복하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면 다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역자의 말처럼 읽고나면 가슴 한 켠에서부터 따스함이 물씬 차오르는 소설이었어요. '이 세상에서 일어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에 저 또한 같은 마음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희로애락이라는 가사를, 트릭이라는 멜로디에 얹어 독자에게 선사'한다는 미치오 슈스케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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