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북스 북클럽 <디어리더> 1기에 선정되었습니다. 어반북스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래픽 노블, 『나를 잊지 말아줘』의 두툼한 양장 도서를 받았어요. 표지를 본 순간 순식간에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마음에 먹먹한 그리움이 스며들었습니다.
『나를 잊지 말아줘』는 알츠하이머 할머니(마리루이즈), 미혼모이자 싱글맘인 엄마(발레리) 그리고 레즈비언 딸(클레망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는 줄곧 살아왔던 집을 떠나 요양원에서 지내지만, 증상이 심해지자 어린 시절의 기억속에 머물게 되면서 요양원에서 자꾸 탈출하려는 시도를 벌입니다.
할머니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다름 아닌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바다 근처, 절벽 위의 작은 집이었어요. 계속되는 탈출 시도에 요양원에 불려간 엄마와 딸은 할머니에게 안정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집으로 모셔 올 수 없는 처지라서 엄마는 화학요법에 동의하고 말아요. 그런 엄마를 보고 딸 클레망스는 엄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는 마음과 그만해! 엄마가 옳아, 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갖습니다. 다음 날 할머니를 보러 간 클레망스는 다분히 충동적으로 요양원 사람들 몰래 할머니를 모시고 탈출합니다. 할아버지가 몰던 낡은 차에 태워서 말이죠.
클레망스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요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할머니가 가엽습니다. 자신이 할머니의 집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할머니 역시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그래서 할머니의 옛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싶었지만 그곳으로 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이야기는 클레망스가 할머니와 떠난 마지막 여행을 사건을 담당한 경찰들의 질문을 통해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할머니와 함께한 여행의 끝이 어쩐지 짐작이 가서 뭉근한 슬픔을 안고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긴 여정의 초반부에 클레망스는 할머니와 함께 보라색 꽃을 따서 차에 장식해요. 할머니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꽃을 던지고 놀던 찰나의 기억은 클레망스가 두고두고 떠올릴 소중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그 보라빛 꽃은 나를 잊지 말라는 꽃말을 지닌 물망초였습니다.
할머니는 클레망스가 누구인지 잊어버기도 하고, 한밤중에 집을 찾아 밖으로 나가기도 해요. 머물러 있던 모텔에서의 짧은 만남으로 클레망스는 갖고 있던 전재산을 탈탈 털려요. 기름값이라도 벌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배운 손기술로 주사위 게임을 하다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클레망스는 순간순간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려냅니다. 늘 바쁘게 일하던 엄마가 유일하게 일찍 돌아왔던 수요일. 일주일에 가장 좋아했던 그날의 기억과 언제든 돌아오라며 자기 편이 되어주었던 할머니의 모습 같은 소중한 기억들을 말이죠.
우여곡절 끝에 클레망스와 할머니는 바다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잠시나마 온전한 기억을 찾고는 바다에 데려와 준 클레망스에게 고마움을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