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위안 (초판 겨울 한정판)
서민재 지음 / 한평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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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씁니다.

오랫동안,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서민재 작가 프로필

작가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쓴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지요. 평범한 일상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해내고 감사할 줄 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요.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함께 토닥여주고 싶기도 하고, 부모님이 떠올라 아릿해졌어요. 때로는 시를 읽는 것 같은 에세이집은 첫인사_'안개'를 시작으로 총 3부로 나뉘어져 있어요.

당신 앞길에 안개가 가득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속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면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살다 보면 갑자기 안개가 끼고는 합니다. 하지만 안개는 걷힙니다. 반드시 그렇습니다.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고, 걷히지 않는 안개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시 일어나 보세요. 안개등을 켜듯 두 눈을 부릅떠 보세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분명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정말입니다. 안개의 도시에 사는 사람 이야기니 믿어도 좋습니다.

안개 중에서_P.20~21

당신의 앞길에 안개가 있다면 반드시 걷힐 거라는 말로 작가는 이야기를 첫인사를 건넵니다. 작가의 말을 믿어볼까요? 책장을 열어 슬그머니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보통의 재산과 보통의 가족과 보통의 일상. 그것들을 모두 보통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보통은 쉽지 않다. 고요와 평온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는 이에게 찾아온다. 애써야 비로소 정신이 맑아지는 것처럼.

보통으로 사는 일 중에서_P.30~31

보통의 날들,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그리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의 행복을 찾는 건 이제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닌만큼 더더욱요.

버려야 더 나아갈 수 있다.

비워야 또 새로움이 찾아온다.

생각도 인연도, 묵은 감정도.

등짐_P.45

어느 순간부터 버리고 비우고 정리하는 게 화두가 되었어요. 제게는 특히나 어려운 일인데, 생각도 인연도 묵은 감정들도 다 등짐이라니. 이제는 좀 등에 진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아야겠어요.

손길이 이처럼 따뜻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고 내 손길을 나누고 싶은 당신을 떠올렸다.

손길 중에서_P.47

미용실에 간지 너무 오래되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머리 손질하러 가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더군요. 물론, 저는 작가님처럼 떠올릴 사람이 없네요. 내 안의 연애세포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

멀리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네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자주는 아니어도 대게 할 수 있는 삶을, 지금의 이 삶을 지키자고 다짐했다.

대게 중에서_P.53

부모님과 함께 대게를 먹으러 가서, 아직까지 한 번도 대게를 드셔보지 못했다는 말에 놀라워 하며 작가는 이렇게 다짐해요. 대게의 중의적 표현이 즐거우면서도 아릿한 건, 저도 모르게 부모님이 떠올라서겠지요. 그 나이쯤 되면 다 겪었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스쳐 지나왔던 일들 속에 어쩌면 부모님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데, 이제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초조해지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저 다음에 엄마를 만나면 이것 저것 많이 여쭤봐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생각만, 합니다.

분명 넘어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보여도 막을 수 없는 것들이 나를 넘어뜨릴 것이다. 그래서 넘어져도 괜찮다.

넘어지지 않는 나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올해를 살아낼 것이다.

정월 중에서_P.71

넘어지지 않을 거야, 하고 버티기보단 넘어질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일 거예요. 작가는 넘어지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되지 하는 마음. 그 유연함이 우리를 또 일어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그럼 되었다고.

안부_P.80

단 두 문장의 말로도 우리는 안부를 전할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일인데, 그 안부를 전하는 일이 왜이리 쉽지 않을까요?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두기는 할지언정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가볍게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온도가 1도는 올라가지 않을까요?

어렸을 적 문방구 아저씨,

그때 그 분식집 이모님,

장대리님, 김 선생님,

그리고 내 눈물을 닦아주던

진심 어린 눈빛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

모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질 텐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너라는 위안_P.93~97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하는 마지막 문장에 앞서 부른 낯 모르는 이들이 덩달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세상 곳곳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 덕분에 세상이 돌아가고,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어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모두가 그러긴 쉽지 않아요. 그저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며 하루하루 살다보면 점점 바라던 이들과 닮아지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또 모르지요. 나도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런지.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용기'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자.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_P.119~120

용기를 내어 한 발 내딛는 것.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오로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은 분명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자신을 안으로 밀어넣기보다는 부딛쳐도 좋으니 한 발 앞으로 나가 보자고 용기를 내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렇게 용기를 내어 걷다보면 어느새 그 걸음들이 차곡차곡 쌓이리라 여겨봅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엄마 나이쯤 되었을 무렵의 모습을

상상조차 못했더랬다.

그런데 그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간을 지나

엄마 나이쯤이 되어

다시 바라본 사진 속 엄마는

서른여섯의

나와 같은 나이의 엄마였다.

나를 가득 안고

햇살 아래 환하던

사진 속 엄마는

여름날의 장미였다.

너라는 위안_P.125~129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줄만 알았는데, 하는 이야기가 떠올라요.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라고 다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알지요. 사진 속 엄마의 나이보다 내 나이가 더 많아진 지금에 와서야, 추억의 앨범을 꺼내 꽃다운 엄마의 모습을 손으로 쓸어봅니다. 작가도 아마 그런 마음이었을 거예요. 지난 해 유난히 예뻐보였던 장미를 떠올리다 코 끝이 찡해집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우리는 온갖 욕망과 바람 사이에서 흔들리고 괴로워한다. 바람이 없다면 풀꽃도 인간도 흔들리지 않겠지. 바람은 확실히 바람을 닮았네,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 위로 수많은 바람이 스쳐가고 있었다.

바람 중에서_P.155

수많은 바람이 스쳐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좀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요? '삶은 아름답다는 그 말을 한번 믿어보는 것도 아주 손해 보는 일은 아닐지' 모른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발췌가 너무 많아져서 담진 않았지만, 부모님이 다녀가신 자리를 바라보며 느끼는 마음이나, 집에 홀로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 어느새 해진 당신의 속옷을 개키며 드는 일상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글인 '떡볶이'도 참 좋았습니다. 읽는 이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 주신 글이어서 제 마음에도 따스한 바람이 불어들었어요.

프로필 속 작가의 바람처럼 오랫동안, 쓰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위로가 되는 글들을 적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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