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유나인이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손끝에는 새싹이 자라나요. 나인을 키운 이모, 지모는 나중에서야 그들의 비밀을 얘기해 줍니다.
손끝에서 피운 싹을 땅에 심으면 꽃이 만개함과 동시에 아이가 태어난다니, 이 얼마나 신기한 발상인가요. 고구마처럼 흙에서 캐어내는 아이들이라니……. 생각해보면 흙만 묻어 있을 뿐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은 그닥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땅에서 태어나 자라는 외계인, 누브족의 비밀은 그것만이 아니었지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나인을 찾아온 성별이 구분되지 않는 오묘한 사람은 심지어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이 지구상에 외계인들이 정체를 감추고 사람들 틈에서 조화롭게 지내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만화같지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손끝에서 새싹이 자라기 전까지 나인은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했거든요. 이모랑 둘이 버려졌던 땅에서 식물을 키우고,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흘려버리지만, 친구를 따돌렸던 무리는 찾아가 코를 깨 놓을 정도로 씩씩하게요. 진실은 현재의 상황 너머에 언제나 존재했지만 깨닫지 못하던 시절엔 그런 진실이 감춰져 있단 사실조차 몰랐으니까요.
감춰둔 진실이 밝혀지자마자, 나인에게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와요. 2년 전 자취를 감춘 한 선배의 실종이 가출이 아닌 죽음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나인과 소꿉친구인 '현재'와 '미래', 그리고 나인과 같은 해에 태어난 누브족 '승택'의 도움으로 사건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데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지침없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됩니다. 사라진 소년 '박원우'는 지나고 보니 등장인물들과 다분히 엮여 있는 인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