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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원재훈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9월
평점 :
다산북스 서평단 이벤트로 도착한 책입니다.
제목에 이끌려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헤르만 헤세의 그림들이 표지부터 책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요. 평화롭고 따뜻한 헤세의 그림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아서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에세이 속에 간간이 시도 적어주셨어요. 읽는 동안 시작법 수업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작가만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시인의 마음은 이런 거라고 보여주는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 저도 모르게 펜을 들어 옥스포드 노트에 옮겨 적고 있더군요. 적다보니 발췌라기엔 너무 많아졌지만, 그 외에도 좋은 구절은 차고 넘치니 이정도 쯤은 괜찮다고 생각하렵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삶에 어울리는 꽃을 피우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그 마음이 시를 짓게 합니다.
시의 쓸모_ P.17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마음이 시를 짓게 한다니, 저는 좀 더 존중하는 마음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
철 모르던 어린 시절엔 아무 어려움 없이 시를 적어내리곤 했었는데, 요즘은 시를 지어야 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시인의 마음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용기를 내라,
새벽 빛은 깊은 터널 끝에 있다.
터널 중에서_P.55
어둡고 긴 터널을 견디고 나면 언젠가 빛을 만나겠지요.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 용기를 내어 모두들 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는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인생이 없는 시는 공허한 구호일 뿐입니다.
P. 59
시인의 말처럼 시는 일견, 현실과는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 시인 것 같아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담담히 펼쳐놓는 시들은 그렇기에 더욱 감동이 배가 됩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는 언젠가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시로 다듬어 본거라고 해요. 어머니의 연륜이 느껴지는 말씀을 시로 담으니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작가의 말에 저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저의 슬픔도 햇볕 아래 잘 빨아 널으면 뽀송뽀송하게 말라 다 괜찮아질까요? 볕에 잘 말린 이불에서 나는 햇살 내음처럼 제 마음도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하는 말을 자꾸 되뇌이다 보면 괜찮아질 것도 같아요.
운동장 한 켠에 놓인 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시인의 마음은 참 대단해요. '끝내 터뜨리지 못해 놓고 간 침묵 한 덩이'라니 정말 시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네요.
혼자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은 정말 필요해요. 때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땅굴을 파고 들어가기도 하지만요. 깊게 침잠했다가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일상으로 돌아와야지요.
슬픔이 밀려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그때야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야 할 순간일 거예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삶을 살아내기 위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기술입니다.
「책 뒤에」에 실린 글을 통해 이 책에 왜 헤세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지 알겠더군요. 예술가가 걸었던 파란만장한 길과 그것을 감내하고 이토록 평화로운 그림을 그려낸 헤르만 헤세. '내 갈 길의 배경'이 되었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평화롭고 따스한 그림과 좋은 글이 어우러진 책 한 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책장에 놓고 틈틈이 꺼내볼 요량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