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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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제목에 이끌리고, "나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기로 했다"는 글에 혹해서 서평 이벤트에 신청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향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전문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위로의 말을 건네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다행히 선정이 되어 도서를 받았는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프롤로그 삶에도 죽음에도 따뜻한 외투가 필요하다

제1장 죽음을 공부하는 의사

제2장 남은 삶이 단 하루라도 후회 없이 살기 위하여

제3장 아프고 힘들어도, 그래도 삶

에필로그 삶과 죽음의 고통을 지나며 우리는 서로를 만났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전문의인 작가의 글은 프롤로그부터 나의 마음을 울렸다. '한 줄을 읽더라도 건조한 지식보다는 촉촉한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랐'다는 작가의 말처럼 읽는내내 마음이 따스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어낸 당신이 책을 내려놓고 가만히 눈을 감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때 당신이 따스함을 느낄 수 있기를, '삶이란 원래 이런 거지'하며 지금의 고통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기를, 스스로를 용서하고 칭찬할 수 있기를, 당신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기를 소망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의 바람처럼 책장을 덮는 내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프고 힘들어도 그래도 삶'이라는 말처럼 어떤 아픔이나 고통에 다다를지라도 스스로를 믿고 나 자신이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애쓴다면 보다 떳떳하게 죽음에 이르는 그 길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책은 총 3장으로 나뉘어 1장에서는 작가가 왜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는지, 그리하여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전문가로서 어떤 일들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알려준다.

의사로서 접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예로 들어가며,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먼저 귀 기울이고 나의 본모습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미국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정신과 의사들도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안전한 공간에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나의 내밀한 상처를 내보이는 것에서부터 치유는 시작되어야 한다'며 '상처는 숨길수록 곪는다'는 말을 전한다. 나의 상처를 드러내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므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치유를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과정이겠다.


애니메이션 <소울>과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통해 꿈을 꾸는 삶과 의미를 좇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 주었다. 영화 뿐만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어울리는 책과 풍성한 사례들로 각각의 장에 폭 빠질 수 있도록 이끈다. 각 장마다 주옥같은 글귀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래의 꿈을 좇는 삶도, 지금 여기를 사는 삶도 똑같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행복은 내 안에 있고 나다움 속에 있다는 것을.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잘 살고 있다는 것을.

꿈꾸지 않는 우리_P.73

꿈꾸지 않으면 어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감사히 여기며 살면 되지. 나를 들여다 보고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삶을 꾸려나가면 되는 거다. 뭔가를 꼭 이뤄내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삶도 물론 훌륭하겠지만, 나역시 작가의 의견에 십분 공감한다. 지금 여기, 지금 우리에 집중할 것.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 아니한가.


'상실감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평생 겪어내야할 예외없는 아픔'이고, '덜 아픈 이별을 위해 나의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잘 하고 있는 거'라며 1장이 마무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여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외로움과 고립은 사람을 죽이는 독과 같으므로.


2장에서는 '남은 삶이 단 하루라도 후회 없이 살기 위하여'라는 제목에 걸맞게 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길을 걷게 되는 우리가 생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한 일들을 찬찬히 보여준다. 그리고 존엄사와 안락사의 차이도 알 수 있다.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아할지는 개개인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음을, 그 결정이 잘못된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의사와 가족의 도움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의사로서 의사들이 환자에게 죽음을 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때때로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환자의 상황을 차갑게 전하는 의사들에게 꼭 읽기를 권하고 싶어지는 부분이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과 가족들이 서로 나누어야 할 가장 중요한 네가지 대화 주제_호스피스 의사 아이라 바이오크

 

'간단하지만 꺼내기 쉽지 않고 단순하지만 울림이 큰 말들'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해야할 말들은 오늘 당장 해야할 말인지도 모른다'는 글에도-. 때때로 꼭 필요한 말인데, 선뜻 내뱉지 못하곤 한다. 막상 용기내어 말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소중한 이들에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들을 진심을 담아 건네면 그 말들이 주는 온기는 나의 마음에도 차곡차곡 쌓인다. 아끼지 말고, 더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표현할 수 있기를-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3장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과 완치된 이후에도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 완치될 수 없는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 대해 다룬다.

암에서 완치되었다고 해서 그 동안의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암을 절제함으로 인해 생겨난 신체적 손실에 대해서도 적응할 시간과 마음의 회복이 필요하다.

사는 내내 자신이 가진 병과 끊임없이 싸워나가야 하지만, '바꿀 수 없는 미래를 받아들이고 지금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말도 담담히 전한다.

 

견디기 힘든 '악몽같은 시간'을 살고 있더라도 우리는 그 시간을 딛고 일어서서 나아가야만 한다. 작가는 그 시간을 당당히 마주하고 겪어낸다면 언젠가 스스로가 대견해질 날이 올거라며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결국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현재를 사는 법'을 배우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현재를 살기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과 혼자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던 과거의 시간'이다.


내 글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다움을 고민하고, 현재를 살고,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감정을 나누고, 머무르는 삶을 불안해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을 친절하게 대하기 바란다. 나는 우리가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언제 어떤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삶을 더 사랑하자.

에필로그. 삶과 죽음의 고통을 지나며 우리는 서로를 만났다 중에서_P.332

 

살다보면 세상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가 싶을 때가 있다. 한 고비 넘으면 또 한 고비라고,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계속 내 앞에 와서 문을 두드릴때. 몸도 마음도 지쳐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것만 같을 때. 그럴 때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 앞으로 나갈 수 있으려면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당당하게 내 삶의 고통과 맞서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은 사람과 사랑이다. 돌고 돌아 먼길을 간대도, 사람에게 상처받고 또 사람에게서 위로 받는다. 부모의 부모, 또 그 부모의 부모에게서부터 내려온 사랑. 가족, 친구, 연인, 배우자의 사랑 그리고 자녀에게 향하는 사랑까지- 우리는 결코 혼자서 살 수 없으니 사람에게서 빚지고 빚을 지우는 그 마음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렇게 곁을 내어주고 또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사는 동안 마음 한켠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따뜻한 온기가 늘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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