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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100
김지완 지음,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이전의 기억으로 상을 받은 도서들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추천 도서에는 늘 무슨 상을 받았는지 대단하게 광고를 하지만 일부러 상 받은 도서는 피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제목이 너무 흥미로워서 상을 받았지만 재미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컵라면이라는 단어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롭고 맛있는 단어 아닌가!
라면에 대한 취향으로 불은 라면을 좋아하지만 '절대로'까지 강조하면서 불어선 안돼라는 제목으로 궁금증이 커졌다. 왜 컵라면이 불면 안 될까? 컵라면이 불지 않는 비법을 알려주는 걸까?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려 대상! 인 데다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라고 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어린이 마음에 가까이 가는 동화를 쓰고 싶다는 김지완 작가님은 창작동인 '문어뱅스'소속이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로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동화[아일랜드]로 제20회 마해송문학상을 청소년소설[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으로 제14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차례를 살펴보면 친환경 방수 종이 우주선,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개미맨과 엔젤, 우리가 티티새라면, 벌새처럼, 점박이 우산 귀신으로 단편 모음집이다.
개인적으로 장편을 선호하는데 단편이라고 하지만 마음의 울림은 이어지는 단편집이었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의 주인공 오슬기는 학원 가기 전 편의점에서 저녁을 때운다. 늘 쓰는 전자레인지에 라면을 넣고 돌리려는데 낚시 모자를 눌러쓴 쫄쫄뽀끼를 먹고 있는 남자가 말을 건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딱 3분 동안 원하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간다는 건 흥미롭지만 3분이라는 조건이 흥미롭지 않다. 3분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면접 보는 사람에게 3분은 너무나 긴 시간이지만, 핸드폰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3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전자레인지 요정 직을 박탈당하고 말거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편의점 점장 아저씨의 몸으로 들어간다.
3분 동안 다른 사람 몸으로 들어간다는 상상을 해봤다. 주인공 오슬기의 말처럼 3분 동안 남의 몸에 들어가서 뭘 할 수 있겠나 싶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슬기가 편의점 점장님 몸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상품을 발주하는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다. 맞다~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서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에 손뼉을 딱 쳤다.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인기 메뉴가 품절이어서 매일 인기상품을 기다려본 사람은 오슬기가 점장님 몸에 들어가서 발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 마음에서 너무나 신나는 일이겠다 싶었다.
책 속의 짧은 이야기들이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까 싶었다. 개미맨과 엔젤에서 엔젤이 개미맨을 지켜보듯이,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일까.
뜨거운 컵라면을 후루룩 불어먹듯이 읽으려고 책장을 펼쳤는데, 너무나 먹먹함에 생각이 많아졌다.
누구나 마음에 울고 있는 돌이 하나쯤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누군가 울고 있는 돌 때문에 힘들지 않게 주위를 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의 몽글몽글함을 함께 하고픈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파도는 나쁜 기억을 쓸어가 버리는 힘이 있죠. 120p
어린이가 지나간 잘못으로 영원히 후회하지 않도록 제가 조금 나눠 드는 것이지요.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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