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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이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고학력에 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기에 전통적인 방송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보다는 SNS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획득한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반면 이들은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으로 소득이 낮다. 또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정치적인 면에서도 전체보다는 개인의 의견을 중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촛불시위가 아닐까 싶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누군가 또는 어떤 정치적 조직의 힘으로 모인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러한 정치적 목적의 선동을 거부했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에 자발적으로 모였으며, 축제와 같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뜻, 즉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켰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개발도상국가에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일어난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정치에서 시장으로,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한 것에 따른 시민사회의 자구책으로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 P. 200~201.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는 진보성향의 학자로 알려져 있는 저자의 정치를 정치영역의 일로만 보고 있는 진보세력에 대한 쓴소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여러 사례 – 가습기 살균제, 페미니즘, 진보언론 불매운동, 일본산 불매운동 등 - 를 통해 독재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가 바뀌고 주요 시민계층과 이들의 정치적 표현방식이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아직도 80년대 민주화 시대의 적과 아군의 이분법적 사고에 머무르고 있는, 그래서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한다.
또한 자칭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보주의자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자세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책의 내용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그냥 쉽게 읽히지만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한번쯤 읽고 내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입으로는 정치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입을 정치와 참여에 침을 뱉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와 참여를 그렇게 좁고 편협하게 이해하지 말고, 사회 전반을 두루 살피자는 뜻으로 쓴 글들이다.” - P. 9.
“소비자들은 자신의 권리는 악착같이 챙긴다. 자신이 손해 보는 건 절대 참지 않는다. 그 정도가 심해 ‘갑질’이나 ‘진상질’을 해대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호전적인 소비자들이 시민의 위치로 돌아가면 순한 양, 아니 아예 생각이 없는 양으로 돌변한다. 속된 말로 정치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무관심으로 대처하고, 선거 땐 그 개판 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기꺼이 표를 던진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제발 소비자의 자세를 가져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 P. 138~139.
우리나라의 경제는 선진국들과 비교해볼 때 단기간에 압축적인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압축된 발전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독재에 맞서 목숨으로 민주주의를 외치고 쟁취했던 때가 불과 30여년 전의 일일 뿐이다.
급속한 변화는 경제와 정치 양쪽에 모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지만 우리나라는 이 또한 잘 이기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도 잘 이기고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어느덧 내가 기성세대가 되어버렸고, 젊은 10대에서 30대까지의 후배들, 내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많지만 이들이 이 나라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젊은 세대가 살아가야 할 시대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는 다름을 인정하고 민주화를 외쳤던 이들은 이제 조금씩 뒤로 물러나야할 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나은, 더 좋은, 더불어 잘 사는 미래가 오리라 믿고 내려놓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기존 정당 중심의 민주주의가 퇴조하는 가운데 유권자가 소비자화되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개인화된 정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정치 참여의 지각변동이라 부를 만한 것이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유권자들이 믿을 수 없거나 의지할 수 없는 정부, 정당 등의 공적 기구의 변화를 기다리느니 스스로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소비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자구책의 성격을 갖고 있다.” - P. 16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