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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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생존지식(!)을 동시에 주는 그래픽노블!
앉은 자리에서 놓지 못하고 다 읽고, 이거 쓰느라 펼쳤다가 또 읽었다.

기후위기를 그린, 미래소년 코난 같은 이야기려나 했다. 아니 근데 웬걸, 주인공 엘비의 드래곤과 함께하는 상상 속 모험보다 더 파란만장한 2101년의 이야기다.

2049년 태양빛을 쐬면 포유류는 죽는 일광병이 발생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우연히 지하에 있던 이들 뿐이다. 인류는 지하벙커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은 행복한 디스토피아.
🦋제왕나비의 비늘에 인류의 생존을 위한 백신 재료가 있어서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자 플로라(특, 요리 못함)와 엘비(특, 씩씩하고 용감함)는 나비를 쫓아 이동한다.

제왕나비는 네 세대에 걸쳐 이주하는데, 증조부모가 살던 남쪽 숲으로 증조손(?)이 날아가는 것이다. 미국 북부와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알이 부화하기 전에 어미는 죽기 때문에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이런 걸 보면 참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회귀본능 같은 것. 연어나 철새들도 신기한데 나비들도!

생각지도 못하게 초반 정보가 뒤에서 다시 이어져서 스토리가 탄탄하게 느껴진다. 엘비의 카누 실력이나 밀크위드 물 같은 거. 특히 엘비가 흥얼거리는 노래!! 그래 어쩌면 사람에게도 세대를 거쳐 축적되는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른다.

엘비의 자연 탐구 일지를 엿보며 과학적 상식이나 생존팁을 배울 수 있었다. 가끔 릴스에서 물에 빠졌을 때 바지로 구명조끼 만드는 법 같은걸 진지하게 보고 있을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 못지 않게 유의미하다! 캔따개없이 캔 따는 법(아스팔트에 뚜껑을 갈아서 열기...) 같은 건 한번 보기만 하면 기억할 수 있는데 부디 이런걸 실제로 해볼 기회가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가장 큰 위협은 알고 있는 일광병이 아니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또 가장 크게 도움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과학 지식을 이렇게 모험으로 만화로 그림으로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은 참 흥미로운 접근이라서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관심 갖고 보게 될 거 같다.

#출판사지원 #서평단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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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빛날 때 (블랙 에디션) - 푸른 행성의 수면 아래에서 만난 경이로운 지적 발견의 세계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옮김 / 푸른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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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흥미로운 과학서! 깊은 바다, 그 곳에 사는 생물들의 TMI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린 돌고래가 휘파람으로 자신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을 아는지.
예의 바른 고래는 음식을 먹을 때는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귀여유 표현이다. 샤이샤크는 이름에 어울리게 겁을 먹으면 도넛처럼 몸을 말아 꼬리로 눈을 가린다고 한다.(귀여워!)

🔖"나무에 얼마나 잘 기어오르는지를 기준으로 물고기를 판단하면 안 된다."(102쪽)

기초적인 과학도 상세히 설명해줘서 너무 전문적이지 않으면서 이해하기 쉽게 딱 필요한만큼 잘 전달해서 감탄했다. 빛을 내는 형광의 원리(39쪽)나 생물의 나이 측정을 위해 활용하는 탄소반감기에 이어 원자폭탄실험으로 인해 방사성 탄소농도로 측정하는 폭탄펄스법(67~69쪽), 바이러스를 생물로 봐야하는지 고찰하며 바이러스의 생애(250쪽)를 설명해주는데 이건 거의 '일반생물학' 입문이 아닌가 싶었다.

🔖화성은 6미터 해상도로 행성 전체가 측정되었지만 해저의 경우 그 정도 고해상도 지도는 전체의 약 5퍼센트만이 존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해양 연구보다 우주 연구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20쪽)

바다와 상어, 돌고래, 물고기에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환경 이야기와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현실의 시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플라스틱 얘기에서 가장 섬뜩한 부분은 "해수면을 따도는 플라스틱 조각이 26만 톤"이라는 것이다. 그 양이 많아서가 아니다. "2010년 한 해 동안 버려진 최소 500만 톤의 플라스틱보다 적은 양"이라는 사실 탓이다. 수면을 떠도는 폐기물이 1퍼센트도 안된다면 "나머지 99퍼센트는 어디로 갔을까?"(127쪽)

작가가 차분히 알려주는 바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었다. 바다는, 그 바다 깊숙한 곳에는 더 많은 비밀들이 (혹은 플라스틱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비밀이 간절히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더 묻어두고 싶기도 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상어가빛날때 #율리아슈네처 #오공훈옮김
#푸른숲출판사 #서평단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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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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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인상적인 소설이다.
이창래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감이 무색하게 매 챕터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ㅡ그렇지만 색다르고 특이한 스토리에 넋을 잃고 따라가며 읽었다.

표지의 거대한 파도는 주인공이 서핑한 바다기도 하지만, 그가 한번 합류하기로 결정하자 어느샌가 떠밀려 흘러가버린 파란만장한 '타국에서의 경험', 어쩌면 인생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틸러'는 접시닦이 알바 등을 전전하며 대학생활을 하는 청년이다. 어릴 적 엄마가 떠난 이후로 친근한 아버지와 지내며 어딘가 심리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한다.
그러다 만난 중국계 미국인 화학자이자 사업가인 '퐁'을 만나고 그의 조수로 일하며 여러 나라를 돌며 부유한 비지니스 세계를 경험한다. 익숙하지 않지만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에 자기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재능을 찾지만...

스토리는 크게 두 갈래인데, 신분을 숨기며 살아가는 '벨'과 연인이 되어 그녀의 아이 '빅터 주니어'를 키우는 현재 이야기와 '퐁'을 만나고 사업을 하며 듣고 경험한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초반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뒤에 서서히 풀려나가면서 이해하게 된다. (흔히 말하자면 떡밥을 잘 회수한다)

보통 자기계발서 스타일이라면 구루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결이 아니다. 틸러가 많은 것을 경험하며 깨닫기는 하지만 그를 새로운 장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세상을 더 알게되고 스스로를 알게되고... 단 일 년이지만 너무 강력한 경험들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 '가속노화'라도 된 느낌.

한국계 교포 작가라서 그런지 주인공도 8분의 1 한국계로 나오고, 퐁도 중국계고, 럭키 최라고 한국계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퐁의 부모님 스토리(중국 문화대혁명 시절)가 인상적이었다...

뭐라고 딱 정의할 수 없는 혼재된 매력이 있다.

틸러는 어떤 결핍으로 인해 잘 모르는 타인이던 퐁에게 지나치게 휘둘려버린다. 평범한 그의 일상에서는 결코 겪어볼 수 없는 일들을 맛보지만 과하게 먹으면 모두 토해버리듯 그는 그렇게 얻은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다.
단지 기억만이, 경험만이 그의 인생에 나이테처럼 남아서 그를 만들어 갈 것이다.

스토리 속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통찰들이 엿보인다. 돈으로도 결국 살 수 없는 것은 건강인 것이고,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는 것이다.

#도서협찬 서평단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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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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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알고 싶었던 것은 과연 '언제' 스스로가 퀴어 혹은 트랜스라는 걸 깨달았을까 였다. 어떤 특정한 계기나 깨달음이 있는 건가 그냥 막연한 무례한 호기심.
ㅡ그(he/they)도 이런 궁금증을 아는지 꽤 초반에 이야기해준다. "내가 나를 알게 된 건 네 살 때였다.(...) 나는 내가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애초부터 알았다. (...)그 감각은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그리고 선명한 기억 중 하나다."(35쪽)

표지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엘리엇 페이지의 표정이 정말 편안하고 자세도 당당해 보인다. 엘렌 페이지 시절 어딘가 의기소침해보이고 소심했던 긴 머리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다.

이 책은 엘리엇 페이지의 삶을 이리저리 기술해놓는다. 시간 흐름도 따르지 않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연기하던 시절 이야기를 한다. 이 또한 "퀴어한" 것이리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왜 스스로가 '소년'이나 '남자'가 아닌지에 의문을 갖던 존재는 커서 레즈비언이 되고 트랜스남성이 된다.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기까지 부단히도 많은 좌충우돌과 고민, 방황, 노력들이 책에 담겨있다.

스스로가 느끼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부정당하고 혐오 발언을 듣고 스스로를 숨기고 또 숨겨야만 하는 삶을 살며 견디고 버티다가 자신을 드러낸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고 순탄치 않지만 참 멋있다.

특히 매순간 사랑과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 연애 얘기와 가정사를 이렇게 책으로 다 써내는 용기도 대단하다. 연기를 하는 원동력이 그런 것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냥 한 사람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그가 트랜스여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만으로도,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는 세상이 좀더 많은 이들에게 상냥해지기를 바라고있다.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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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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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억원 상당의 금괴가 할머니 고향집에 묻혀있다는 말에 솔깃해진 남매! 브로커를 찾아서 평양에 들어가는데...!!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 걸고 월북까지 하겠냐마는, 평양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이 남아있겠냐마는, 소설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남매의 우당탕탕 금괴 찾으러 평양까지"가 주된 스토리 같지만, 의외로(?) 삼지연관현악단 가수 '리손향'의 시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 속에는 2018년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나 판문점으로 넘어간 미군 병사 같이 실제 있었던 일을 담겨있어서 소설의 현장감을 더하는데, 남한에 와서 공연했던 가수 중 하나가 바로 또다른 주인공이다.

"원수님의 사랑의 축복을 받은 인민의 행복 끝없네"(61쪽)라는 노래를 부르며 남조선 사람들이 북조선을 부러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북한 세력가 집안이던 손향은 잘나가던 집안이 한순간에 풍비박산나는 것을 겪으며 "세상 모든 별과 바람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겠지만, 결국 내가 저물 땐 그들도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그 동무는 모르는가 보다) 태양(김씨일가) 앞에선 그것들도 아무것도 아닌데."(200쪽)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특히 감탄했던 것은 월북/탈북 과정인데, 탈북민들 수기나 영상, 인터뷰로 들었던 북한의 모습을 꽤나 생생하게 그려냈다. 물론 현실은 소설 속 묘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봉건지주와 노비 계급이 있던 시기에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것은 공산당이었다는 역사가 참 아이러니하다.

지주와 노비 가문 사이 피 맺힌 원한이 후손들 사이에서 서로를 구하고 돕는 식으로 연대하는 엔딩이 인상적이다. 나중에 가문간의 비화를 알게 되더라도 서로 목숨을 구해준 사이니 서로 의지하며 살지 않을까. 남북으로 갈라져 이런저런 과거들이 있지만 한민족이란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작가의 생각이 담긴 듯 했다.

허무맹랑할지 모르는 소설 속 이야기 속에 우리의 역사와 현재를 담은 책이었다.

#평양골드러시 #고호 #델피노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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