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평점 :
참으로 인상적인 소설이다.
이창래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감이 무색하게 매 챕터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ㅡ그렇지만 색다르고 특이한 스토리에 넋을 잃고 따라가며 읽었다.
표지의 거대한 파도는 주인공이 서핑한 바다기도 하지만, 그가 한번 합류하기로 결정하자 어느샌가 떠밀려 흘러가버린 파란만장한 '타국에서의 경험', 어쩌면 인생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틸러'는 접시닦이 알바 등을 전전하며 대학생활을 하는 청년이다. 어릴 적 엄마가 떠난 이후로 친근한 아버지와 지내며 어딘가 심리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한다.
그러다 만난 중국계 미국인 화학자이자 사업가인 '퐁'을 만나고 그의 조수로 일하며 여러 나라를 돌며 부유한 비지니스 세계를 경험한다. 익숙하지 않지만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에 자기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재능을 찾지만...
스토리는 크게 두 갈래인데, 신분을 숨기며 살아가는 '벨'과 연인이 되어 그녀의 아이 '빅터 주니어'를 키우는 현재 이야기와 '퐁'을 만나고 사업을 하며 듣고 경험한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초반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뒤에 서서히 풀려나가면서 이해하게 된다. (흔히 말하자면 떡밥을 잘 회수한다)
보통 자기계발서 스타일이라면 구루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결이 아니다. 틸러가 많은 것을 경험하며 깨닫기는 하지만 그를 새로운 장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세상을 더 알게되고 스스로를 알게되고... 단 일 년이지만 너무 강력한 경험들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 '가속노화'라도 된 느낌.
한국계 교포 작가라서 그런지 주인공도 8분의 1 한국계로 나오고, 퐁도 중국계고, 럭키 최라고 한국계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퐁의 부모님 스토리(중국 문화대혁명 시절)가 인상적이었다...
뭐라고 딱 정의할 수 없는 혼재된 매력이 있다.
틸러는 어떤 결핍으로 인해 잘 모르는 타인이던 퐁에게 지나치게 휘둘려버린다. 평범한 그의 일상에서는 결코 겪어볼 수 없는 일들을 맛보지만 과하게 먹으면 모두 토해버리듯 그는 그렇게 얻은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다.
단지 기억만이, 경험만이 그의 인생에 나이테처럼 남아서 그를 만들어 갈 것이다.
스토리 속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통찰들이 엿보인다. 돈으로도 결국 살 수 없는 것은 건강인 것이고,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는 것이다.
#도서협찬 서평단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