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논어》는 참 특이한 고전이다. 보통 고전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고전에게는 특유의 권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위는 내용의 난해함을 포함하여, 시대적인 이질감 등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논어》는 다른 고전들에 비해 평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논어》를 읽었을 때에도 복잡한 고전들에 비해 평이하고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서양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동양의 《논어》 중 어떤 글이 쉽게 다가올 수 있을까? 동서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논어》가 《니코마코스 윤리학》보다 더 쉽고 더 평이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논어》지만, 《논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 당대의 서양철학에 비해 평이하고 추상적이라서, 접근하기는 비교적 쉽지만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체득하는 것에는 굉장한 노고를 필요로 한다. 서양철학은 처음에 접근이 어려울 다름이지, 그 어려운 문턱을 넘어서고 철학의 논리성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논어》보다 더 빠르게 사상을 파악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논어》라는 고전은 입문은 쉬어도 그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고전이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고, 인생에 경험이 많은 분들일수록 《논어》를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논어》가 가지는 보수적인 성향도 한몫을 하겠지만, 그것을 떠나 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경험적인 측면을 고찰하는 고전이 《논어》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인생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나이 든 사람들처럼 《논어》의 내용이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쉽게 다가오는 책은 맞지만 《논어》 안에 깊이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느끼지 못 한 것 같다. 아마 인생 경험이 많아지면 《논어》로부터 느끼는 바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인생의 책이 《논어》라고 하셨다. 그만큼 《논어》를 좋아했다. 나와는 취향이 전혀 달랐다. 어릴 때부터 나는 《논어》를 읽고 또 읽었지만 《논어》를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현실적인 《손자병법》이 더 와 닿았다. 《한비자》가 더 와 닿았고, 《귀곡자》가 더 와 닿았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은 《논어》는 이전과는 다른 깨달음을 선사했다. 첫 번째로 성현이라 불리는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는 권위적인 성현의 모습이 아니라, 노력하는 지성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보통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수도 하고, 무시도 당하고, 때론 변명도 하고, 정신승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찌질한 모습은 너 나 우리에게는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공자라서, 그가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다만 공자가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는 어떤 일을 결심하고 진행할 때, 하다가 어려운 부분을 직면하거나 심지어 실패를 했을 때 그 일을 손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공자는 달랐다. 사실 공자의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이상정치를 현실화하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자신의 정치이론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는 현실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맛본 사람이었다. 숱한 실패 속에서 그는 보통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찌질거렸다. 실패 앞에서는 성현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런 부분을 《논어》는 미화하지 않았다. 공자의 찌질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랬기에 공자가 더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 변명하고, 무시당하고, 실수도 하고, 정신승리를 하며 실패한 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자신의 정치이론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그는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믿음을 걸었다. 이렇듯 그는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집념의 결과, 그는 죽어서 동양의 사상을 지배했다. 현실 세계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그였지만, 죽어서 성공한 것이다. 공자는 우리와 같은 찌질한 모습을 가진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와 다르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작은 차이가 그를 동양의 성현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로 평생 배움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부분이 감명 깊게 다가왔다. 오늘날 배움은 입신을 위한 수단적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취직을 하는 순간 배움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공자는 이야기했다. 진정한 배움은 인생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라고, 지식적인 측면, 목적적인 성격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바르게 실천하는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배우고 아무리 고결한 인간이더라도, 인간이란 존재는 근원적으로 완벽하지 않기에, 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음공부는 평생 지속해야 하고, 나의 행동을 다잡는 것 역시 평생을 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이 공부의 과정이다. 취직의, 취직에 의한, 취직을 위한 배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의 목표이며, 이러한 목표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자는 이를 깊이 있게 강조했다.

 세 번째로 공자 철학의 휴머니즘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사실 공자 철학의 복고적인 부분은 오늘날에 비춰볼 때 이질적인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시대는 '변화'가 트렌드다. 기술의 발전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으며, 사회의 구조적인 부분들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혁신하고 있다. 예전에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변혁의 속도를 알아야만 한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가장 메인 요소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인간적인 요소가 더더욱 사라지고 자동화되고 기계화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인간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 번째로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기술이나 사회 변혁으로 위협받는 휴머니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사회의 가치와 관념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에는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이 위협받았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도 마찬가지였다. 춘추시대에는 그래도 예의와 법도가 무너지지 않았지만, 전국시대에는 그러한 인간 중심의 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할 사회가 인간을 경시하고 힘과 패권만을 추구했다. 즉 약육강식의 짐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공자는 시대가 잊어버린 휴머니즘을 강하게 외쳤다. 이런 공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늘날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인간이 하던 많은 업무를 기계가 대신할 것이다. 사회 구조는 더더욱 발전할 것이고 사회 기술은 더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변혁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휴머니즘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사회. 인간이 목적이 되지 않고, 인간 그 자체가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해야만 한다. 휴머니즘의 관념 속에서 물적 기술적 발전을 이룩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에 공자가 외쳤던 휴머니즘은 오늘날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논어》를 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논어》에서 추구하는 바람직한 '군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오늘날의 관념에 비춰 본받을 부분만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이고 싶다. 다만 《논어》라는 책은, 교훈을 떠나 인생의 고비를 넘나들며 이따금씩 주기적으로 펼쳐 보고 싶긴 하다. 왜냐하면 《논어》는 따뜻한 책이기 때문이다. 언제 펼쳐봐도, 《논어》는 따뜻했다. 온정을 품고,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나는 책이었다.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열정이 그대로 스며있었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가장 열정적으로 읽었던 책이다. 그래서 《논어》를 볼 때마다 외할아버지의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생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뜨거움을 갈구할 때마다 나는 《논어》를 읽을 것 같다. 다음번에 읽을 《논어》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나이가 지금보다 더 들어서 읽을 것이니, 느끼는 바가 더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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