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 - 불황을 이기려면 컨슈머 마인드를 이해하라
페페 마르티네스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 자극스러운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요즘과 같은 불황에서 소비는 위축되고, 불경기가 이어나가는 작금의 시기에, '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이라는 제목은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마케팅을 이뤄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다만 내가 밝히고 싶은 것은 책 제목에 비해서, 마케팅을 다룬 내용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책의 원제는 'The Consumer Mind'다. 번역해보면 소비자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책은 뉴로마케팅(뇌과학)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마음과 심리를 추적하고, 마케팅에 접목시키는 부분을 다루고 있었다. 뉴로마케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뇌라는 기관이다. 책은 뇌를 통하여, 인간의 모든 행위를 풀어내고 있는데, 가령 기억과 감성, 지능, 이성, 행복 등등을 고찰하고 있으며, 이 모든 이야기를 뇌에 입각하여 풀이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보통 우리는 감성적인 부분을 가슴에 비유하곤 하는데,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감성을 주관하는 요소들조차도 우리 뇌에 위치한다고 이야기했다. 저자는 왜 '뉴로마케팅'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장황하게 심리적인 부분을 뇌로 풀이하고 있을까? 저자는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뇌이며, 이성과 감성을 조절하는 센터가 바로 뇌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결국은 마케팅 전략에서 인간의 기호를 파악하고 대중의 수요를 잘 읽는데 키워드는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것, 핵심은 뇌의 기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해야지 다중을 상대하는 마케팅에도 유리하다고 저자는 함축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목과는 별개로, 상당히 심오한(?) 뇌과학 이론들이 심리학과 결부되어서 풀어지고 있었다. 이런 지식을 통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뇌에 대한 중요성도 알게 됐으며, 뇌라는 기관이 참으로 신비하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중요한 기관이라는 점을, 뇌의 각 부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인간의 감정과 이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개괄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의 매력은 뇌에 대한 이론들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인간의 모든 심리적인 행위까지도 고찰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저자는 이런 뇌 과학 이론과, 인간의 심리적인 요소를 통해 '바람직한' 인간의 상을 규정하고 있는데, 핵심은 바로 '균형성'이다. 우리 뇌에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실천해야만 하며, 저자가 주장하는 뇌의 4요소 '행동하기' , '느끼기' , '의사소통' , '생각하기'도 조화가 이뤄져야 바람직한 인간으로 거듭난다고 주장했다.


서평을 여기까지 본 분들은 이 책이 과연 '경영 마케팅 책인가?'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다. 나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 사실 이 책은 마케팅 전략을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추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16챕터로 이뤄져 있는데, 1~13챕터까지는 소비자의 심리적인 요소를 '뇌과학'으로 풀어서 해석하고 있다. 즉 소비자의 마인드를 '뉴로마케팅'의 입장으로 심도 있게 해석하고 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마케팅이나 경영에 대한 부분보다, 인간의 본연적인 심리를 고찰하는 심리학서라고 생각이 들었다.



위의 사진은 책의 목차에 내가 읽고 간략하게 요약한 부분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01 도입부에서 ~ 13 요약 : 두뇌의 기능까지는 디테일한 인간 본연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챕터 06 ~ 챕터 12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개별적인 감정들을 뇌과학적 심리학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상당히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13챕터에 이르러서 지금까지의 인지된 인간 심리에 대한 고찰을 결론 내리며 두뇌에 대해서 총괄적으로 정리를 한다. 책은 그래서 두 부분으로 편재되어있다. 13장까지 뇌과학과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그리고 책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4장은 이러한 뇌과학적 인지를 바탕으로 하여, 설문조사하고 밝혀낸 뉴로마케팅의 사례와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15장은 이러한 뉴로마케팅의 첨단 과학적인 부분을 예시로 보여주며, 뉴로마케팅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에 대해서 낙관적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16장에 이르러서는 인류 최대의 지성들이 밝혀 낸 철학 이론들과 저자가 이야기하는 뉴로마케팅 이론을 접목,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으로 책은 끝나고 있다.


일단 책에 대한 비판을 가하자면, 한국어판 제목 <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이라는 부분으로 볼 때, 너무 주제를 벗어나고 있다. 책은 너무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가령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마케팅 등등을 다루고 있고, 이 분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좋았을 텐데, 뇌과학과 심리학까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마케팅과의 연결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즉 1~13 이론적 챕터와 14장의 실전을 다룬 챕터의 연계성이 부족했다. 책의 절반을 넘어선 200페이지를 소모하여 설명한 이론적 지식이 실제로, 실전 마케팅과는 다소 연결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 마케팅 챕터가 '과연 뉴로 마케팅이라는 요소가 맞을까?'라는 물음조차도 생겼었다. 차라리 이론적인 부분을 조금 단순화하거나, 분량을 줄이던가, 아니면 실전을 다룬 챕터 사이에 좀 더 이론과 실전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챕터를 추가하여 서술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책의 내용에도 나왔는데, 너무 학문적이고 실생활과 동떨어진 내용을 서술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도, 범주를 벗어난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이 결정적으로 아쉬웠다. 좀 더 책의 포커스를 마케팅에 집중했으면 어떨까 싶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대부분의 경영학 책은 이런 사례를 보인다. 한 가지 현상에 대해서 근거 있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단, 이미 유행하는 비전들을 분석하여서, 그 분석을 바탕으로 이론화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물론 분석을 통해 이론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경영학 책이라면 분석과 이론화를 넘어서, 앞으로의 전망과, 그 전망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형적인 전통적인 스타일의 경영학 도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14장에서 저자는 소셜 마케팅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전통적 마케팅과 소셜 마케팅은 마인드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확실히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기업들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의 소셜마케팅을 지향하는 추세이고, 발 빠른 업체들은 오프라인 광고 못지않게 비용이 적게드는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애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 부분을 강조하며, 소셜 마케팅은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통적 마케팅을 주장한 업체들이, 소셜 마케팅을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분석하고 있다.


분명 소셜 마케팅은 지금 살펴봤을 때, 대세의 마케팅이다. 그러나 저자의 책에서도 말하듯, 인간은 상당히 실증을 잘 내는 동물이다. 과연 이 대세의 소셜마케팅이 언제까지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은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언젠가 소셜마케팅은 진부한 마케팅으로 치부되겠고, 인간은 다가올 새로운 그 무엇의 마케팅에 또다시 적응하고 열광한다. 내가 책에서 기대한 것은 과연 뉴로마케팅의 측면이 이 다가올 새로운 마케팅을 예측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추상적인 틀을 제시하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마케팅이 대세일 것이다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가는 마케팅을 구사하려면, 첫째로 현재의 대세적인 마케팅을 분석하고 발빠르게 적응하며, 대세에 합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대세의 마케팅의 수명을 예측하고, 다음 세대에는 어떤 마케팅이 유행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 핵심이라고 본다. 저자의 책은 뉴로마케팅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현재 통용되는 마케팅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고 있지만, 정작이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나 그런 큰 아쉬움이 있더라도,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과학적인 요소, 뇌과학적 측면을 다룬 부분과, 인문적인 요소, 심리학적인 측면을 다룬 부분, 그리고 경영학적 요소, 마케팅을 다룬 부분들이 다소 자연스럽게 연결되진 않았지만,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었다. 특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경영 마케팅적인 부분보다, 뇌과학에 대해서 매력을 많이 느꼈었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생각했으며, 과연 나의 감정과 이성은 올바른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스스로 자문해봤다.


재미있는 것은 밀워드 브라운이라는 회사가 뉴로마케팅을 '어떻게' 설문조사에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들이 어떤 콘셉트로 고객의 니즈와, 경영 업계를 분석하고 있는가도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첨단 장비들을 동원하여, 뉴로마케팅을 실천하는 밀워드 브라운 회사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실 챕터 15는 밀워드 브라운이라는 회사의 PR 같은 느낌도 들어서 거부감이 있었지만,(저자 역시 이 회사의 임원이다.) 간접광고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모쪼록 아쉬운 부분이 있는 책이지만 매력적이기도 했었다. 사실 이 책은 인간 진화론을 긍정하고 기초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기록된 책이다. 아직까지 진화론이 완벽한 이론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런 뇌과학과 뉴로마케팅에 대한 부분도,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단언적으로 배격하는 것 역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뉴로마케팅이 인간의 현재 현상을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에만 머물지 말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대한 제시까지 밝힐 수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을 밝힌 서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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