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은선생집 포은학술총서 1
포은학회 엮음 / 한국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이면서 아쉬운 책이다. 이 책은 정몽주의 저작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두 권으로 나눠있는데 <포은선생집>과 <포은선생집속록>으로 구성됐다. 문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써 놓은 모든 글을 모아놓은 것으로, 시와 서, 저서, 경학, 잡기 등등의 모든 부분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아쉬운 점은 포은은 역사적 패배자라서, 그의 글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정도전의 <삼봉집> 보다도 분량이 적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고 가장 큰 부분은, 시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시도 좋아하고 정치적 사상이나, 경학 사상의 부분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정몽주가 원나라 사신에 대한 반대 상소 외에는 뚜렷한 산문 글이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분명 정몽주 역시도, 유림의 추앙을 받았던 자로 경세관을 정리해 놓은 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볼 수 없었고, 아쉽게도 시에 나온 감정을 가지고 그의 마음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라이벌인 정도전의 시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정도전의 시와 가장 다른 점은 문체 자체가 청아한 느낌이 나고 여성적인 느낌의 시가 많았다는 점이다. 정도전이 좀 과격하고 직설적이고 감정을 토로하는 것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면 정몽주는 조금 완화된 필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나는 <삼봉집>과 <포은집> 두 시를 보며 느낀 점은 도은 이숭인에 대한 시가 많다는 점. 이건 삼봉의 문집에서도 그렇고 포은의 문집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부분으로, 도은이 굉장히 친화력이 있는 선비였다고 생각됐다. 아무튼 시 자체는 은유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하나뿐인 상소는 친명 가치를 내세운 내용인데, 아무래도 이 상소만 남겨져있다는 부분에서 승자의 이데올로기를 볼 수 있었다. 조선 초의 가치관은 친명의 정책을 유지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노선이 같으니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을까도 싶었다. 더불어, <삼봉집>의 서문을 쓴 사람들은 대체로 현실주의적인 사람이 많았다. 권근과 신숙주가 삼봉집의 서문을 썼는데, 둘 다 대체로 현실주의자들이었다. <삼봉집>의 서문은 이 둘 뿐이 없는데, <포은집>은 서문이 엄청 많았다.

 

대표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역시 우암 송시열과, 동시대 사람으로는 하륜을 들 수 있겠다. 삼봉이 역적이 된 이래로, 정적이었던 태종은 충심을 높이 살 모델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간신으로 몰렸던 정몽주를 충신으로 격상시켜서 높이 대했다. 특히나 정몽주의 온건주의 유자들은 사림으로 성장하여 조선 중후반기를 이끄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정몽주는 대 선현이었고, 충절의 지표였다.

 

뭐랄까 주변에 의해서 이렇게 평가되는 정몽주의 평가를 보며, 역시 사람의 평가는 시대와 같이 한다는 그런 부분도 보였고, 너무 과도한 이미지화가 보여서, 조금은 맹목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는데 표상화한 부분에게서는 거부감도 들었기 마련이다. 아 물론 정몽주가 뛰어난 인물이고, 그만큼의 능력이 있으니 후세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지만, 태종의 가치관 그리고 사림들의 추앙 등으로 인해서 사실 올바로 된 정몽주의 모습보단 각색된 모습이 많지 않나 싶기도 했었다.

 

책의 번역은 기본적인 모토는 직역이다. 포은 학회가 편찬을 했다고 하는데, 정몽주의 문중에서 편찬한 것 같았다. 한문 병용으로 쓴 책이 아니라 글을 읽는덴 지장이 없지만, 직역이라는 점에서 어휘 자체가 굉장히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어휘들은 각주로 처리를 했지만, 조금은 쉽게 쓸 수 있는 어휘들이 있는데, 이런 직역을 고집한다는 것은 그만큼 저서를 쉽게 다가가려는 대중성의 관점으로 볼 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어쨌든 글이 적으니 역사적 사료에 대한 포은의 인용문들까지도 모두 검토하여 책을 완성했으니, 뒤 시대를 살아간 사림들이 얼마나 포은을 추앙했는지, 느껴졌다. 속집의 대부분이 이런 인용문이나 포은을 노래한 유명 명사들의 글까지 대거 인용하였다. (숙종과 영조, 고종이 포은에 대한 시를 쓴 것도 있었다.)

 

어쨌든 많은 아쉬움과, 편찬 의도에서 과도한 의도가 다분히 보였던 책이지만, 유일하게 내려오는 정몽주의 글이라서 어떻게 보면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시를 읽어보니 그 역시도 백성을 위해 고뇌하고 아파했던 따뜻한 지식인이었고, 친구들에게 우정을 다한 편지도 있으며(삼봉과 주고받은 편지가 참 재미있었다.), 친구의 아들의 급제를 축하를 할 줄 아는 소탈한 사람이었다. 시에서조차 절제된 모습이 보여서, 굉장히 깐깐한 사람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에는 정몽주에 대한 생애와 그의 유학론에 대한 부분도 서두에 배치했는데, 대체적으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정몽주의 집안은 명문가라고 알았는데, 책에서는 한미한 집 가문이라고 기술됐다. 어느 쪽이 맞는진 모르겠으나, 정몽주의 외가 쪽이 권세가 있는 집이라는 점을 볼 때에는 한미까지는 아닌 듯싶었다.

 

삼봉은 포은을 보고 유학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래서 그의 유학에 대한 책이나 경세론 등이 있다면 포은의 모습을 더 잘 알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이 참 아쉽다. 그렇게 서로 간의 문집에 서로를 칭찬하며 시를 나눈 동기이자 선후배 사이였건만, 역사는 그들을 적으로 만들었다. 정적 앞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독려하던 과거의 시는 휴지조각처럼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했으니, 권력 앞에서는 우애를 비롯한 모든 것이 허망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