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훌륭한 책이다. 다산이 아들과 형, 문인들과 보낸 편지들을 넣은 책이다. 사람의 글 중 저서라는 부분은 공개적으로 저자의 이름을 내 걸고 쓰는 글이라서, 어느 정도 포장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편지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고, 다소 다른 글들에 비해서 포장이 없기 마련이다. 따라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비교적으로 잘 드러내는 글이다.

 

물론 편지도 윗사람이나 존대를 해야 할 사람에게 쓸 때는 어느 정도의 예의를 포장하는 법이지만 아들이나 가족들에게 편지를 쓸 때는 다소 자신의 생활상의 모습과 성격을 드러내는 편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다산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산이 아들들에게 쓴 편지로 책을 엮었기 때문이다.

 

편지에서 나온 다산은 경전의 저자와는 달랐다. 다산은 유배 기간 동안, 아들들과 함께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토로하며, 아들들에게, 간곡하게 공부를 하라고 타이르고 타일렀다. 다음 리뷰를 하게 될 책인 퇴계의 편지는 다소 일상적인 부분들을 아들에게 나누고 이야기했지만, 다산의 경우는 그런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이야기보단 훈계조로 엄하게 아들들을 다스리는 편지가 많았다.

 

이 부분은 다산의 처지, 즉 벼슬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서, 아들들이 학문마저도 이루지 못한다면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그의 현실적 처지를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다산은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과거를 위한 공부가 아닌 진정한 공부를 하고 저술을 하며 세상에 이름을 남긴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는가,라는 말을 아들들에게 한다.

 

그런데 아들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은 것 같았다. 퇴계의 서신에서는 퇴계는 이런 실망을 준 아들을 꾸준하게 타이르기보단, 한심하다는 토로도 하고, 꾸짖기도 하고, 무시도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다산은 깐깐하게 꼬집는다.

 

특히나 뒷부분인 형과의 서신 등을 볼 때, 경전이나 다른 학문적 토론에서도, 그의 깐깐한 모습이 나타났었다. 아무튼 편지의 내용은 굉장히 음미해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더불어 편지에 다산이 왜 그렇게 저술활동에 힘을 썼는지에 대한 이유도 있었다. 그 부분은, 불우한 자신의 생각을 후대의 사람이 알아주길 원한다는 마음으로 저술을 시작했으며,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아들들이 아버지의 저서를 읽어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애석하겠냐면서, 비꼬아서 아들들의 학문 수양을 말하기도 했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공명심이라는 것으로부터 아무리 군자라도 자유로울 수 없겠다. 다산 역시도 마찬가지리라, 어떻게든 후세에 스스로의 사상을 알리려고 노력했었다. 현실에서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저술 활동을 통해 후대에 자신을 알리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었다. 이런 부분에서,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박석무 선생이 번역한 책으로, 아마 다산의 편지 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책일 것이다. 박석무 선생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올라, 다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했고 최근에는 <다산산문선>과 <다산 평전> 등등을 번역하시기도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음미해 볼 만한 교훈이 담긴 책이었다. 어쨌든 책에서 본 다산의 마음은... 좀 엄격하고 깐깐한 느낌, 빈틈이 없는... 대쪽 같은 그런 분이셨다. 좋은 책이고 맑은 책이긴 하지만... 다산의 숨 쉴 틈 없는 훈계에서, 약간은 버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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