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자와 손자, 역사를 만들고 시대에 답하다 - 문무의 세계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이야기 ㅣ 시대와 거울 포개어 읽는 동양 고전 1
신정근 지음 / 사람의무늬 / 2014년 1월
평점 :
신정근 교수의 동양고전 개론서.
원래 동양 고전에 대한 개론서는 잘 보지 않고, 소장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소장할 책은 많은데 이런 개론서들까지 책장을 내주면, 공간 낭비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따라서 구매한 책은 아니고, 빌려 본 책이었다. 개론서인 만큼, 제자 백가의 두 축 유가의 공자와 병가의 손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고전의 저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논어>와 <손자>의 두 저자들에 역사적 시대상황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요즘 제자백가나 동양 고전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이런 개론서들이나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서 시리즈가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은 제자백가의 각 사상 축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신주의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와 비슷한 목차를 가지고 있다. 고전 역자인 신동준 역시도 공자와 손자에 대한 개론서인 <머리는 손자처럼 가슴은 공자처럼>을 냈다. 신동준의 책이 약간은 처세적인 관점에 써졌다면 이 책은 정통적인 역사적 흐름에 중점을 뒀었다.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사기>나 <자치통감> 등에 나오던 공자와 공자의 제자들, 그리고 손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특별한 지식 없이도, 제자백가의 기본 지식을 볼 수 있는 책으로, 부담 없이 접근하기엔 좋은 책이었고, 동양고전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부담스러운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쉽게 써져있었다.
어느 정도 동양 고전에 수준이 있는 사람들도,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볼 만하다고 생각됐다. 개성 있는 해석이나 신선한 해석은 다소 없는 편이지만, 바꿔 말하면 무난하게 공자와 손자의 인생을 잘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우리는 공자와 노자를 두 축으로 하여 동양 사상을 이해하는데 더 익숙하다. 그런데 요즘 특이하게 병가의 시초인 손자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데, 전자의 해석은 전통적인 문(文)의 관점으로의 동양 사상을 해석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최근 병가를 격상시킨 부분에는 문무(文武) 겸전의 정신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자백가에서 유가의 위상이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문(文)을 중시하는 태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났는데, 일본의 경우는 문(文)을 숭상하면서도 상무 정신에서 볼 수 있듯 무(武)를 중시했던 차이가 있다. 사실 일본의 상무 정신(사무라이 정신)은 현실과 직결되는 부분이고, 그런 전통은 메이지 유신을 일으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기도 했다. 더불어 패전 이후에도 그들은 그들만의 상무 정신을 경제적인 부분으로 응용하여서 경제 대국을 만드는 데 기여를 했다. 즉 그런 일본의 전통 속에서는 무(武)의 가치에 대한 긍정이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무를 중시한 일본의 태도는 명분의 문을 추구하며 무를 괄시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진전쟁과 조일 합방은 사상적으로 문치의 문란과 무관의 괄시라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나 역시도, 문무를 고루 중시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공자는 동양의 문성으로 추앙받는다. 손자는 동양에서 병성 혹은 무성으로 추앙받기 마련이다. 두 문무의 거장을 엮어낸 책의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현실론적인 관점 철학이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되겠다. 나는 병가 철학이 대두되기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읽어왔는데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서 굉장히 좋다고 느낀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도 느끼는데, 아무튼 책 한 권의 목차를 보며 이런 인식의 변화가 보여서 기쁘기도 했었다.
해석에 한 가지 태클을 걸고 싶은 것은 '공자는 살아서는 실패했지만 죽어서는 성공한 대현인이었고, 손자는 살아서는 성공했지만 죽어서는 실패한 위인이다.'라는 식의 해석이 있었다. 공자의 부분은 맞다. 별 태클을 걸고 싶지 않은데 손자에 대해서는 글쎄 해명이 좀 필요하다 싶다. 손무가 살았던 시기는 난세의 최고의 격돌 시대였던 오월 시대다. 오월동주, 와신상담 등의 숱한 고사를 남긴 그 시기였고, 그때 손무와 오자서는 오나라 합려의 측근으로 활약한다. 어쨌든 합려의 아들 부차가 집권하면서 손무는 종적이 없고, 오자서는 비통하게 죽는다.
분명 현실적으로 손무는 성공한 것임이 맞다. 자신의 주군을 패권의 제후로 만들었으며, 자신의 사상인 병법을 검증했으니까, 손무의 방법은 피로 일군 천하통일임에는 맞다. 여기서 저자는 공자의 덕치와 손무의 전쟁론을 우열적으로 비교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피로 일군 국가는 얼마 못 가서 망한다는 것을 내세워 후대에는 실패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공자의 덕치는 살아생전에 통치 규범이 되어 성공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자의 덕치는 사실 이상적이었고 제대로 구현된 적이 거의 없는 상상 속의 국가였다. 그리고 손무의 현실론적 전쟁관은 숱한 인간의 역사가 따르고 행해왔던 승리의 규범이었다. 고대 국가 중, 인과 덕으로 천하를 통일한 예는, 나는 하은주 그 시기밖에는 없다고 본다. (하은주 이 시기에도 군사력의 이동과 전쟁은 있었다만... 백번 양보해서 유가에서 지칭하는 이상 국가관이니 그렇다고 치자.) 손무가 이야기한 부분은 결국 전쟁에 관한 부분이다. 치국에 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로 일궈낸 패권 국가지만, 부차의 멍청한 통치의 영역까지 손무의 사상과 결합시켜서 해석하는 것은 좀... 어불성실 같았다. <손자>에서 직접적인 치국을 이야기한 부분은 거의 없다. 장군을 평가할 때는 장군의 전적만을 두고 평가해야지 군주의 치국을 덧씌워서는 안된다고 본다. 치국은 군주(부차)의 자질 문제다.
오히려 손무는 살아서도 성공했으며, 죽어서도 <손자>라는 고전을 남겨서, 대대로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긴 승리자라고 본다. 공자보단 덜 추앙받고 있지만, 현실론적인 면에서 보면 나는 손무의 인생이 죽어서 실패한 인생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법가의 시황제 역시도 마찬가지다. 시황제는 법가로 천하를 종식시켰다. 그러나 그의 제국은 2대를 가지 못했고 그것을 두고 유가는 법가의 한계라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법가사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황제가 황제가 되고 나서 시행한 체제는 순수한 법가의 치세와도 거리가 멀다. 즉 시황제가 아집과 권력욕에 사로잡혀서 제대로 통치를 못한 것이지, 법가 사상과 결부를 시켜서 해석하는 부분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래도 일반 사람의 인식은 시황제 = 법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 역시도 위의 손무의 해석과 같다고 본다.
어쨌든 이 부분의 해석에서 나는 다르게 생각했었지만, 책은 쉽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배경 지식 없이도 잘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책보다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