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UF 파리여행노트 - Paris Travel Note
박은희.이경인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맨날 딱딱한 인문고전이나, 사회서들만 리뷰하다가, 이런(?) 여행책을 리뷰하려니 뭔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프랑스로 가기 전 사전 지식(?)를 위해서 산 책이다. 서점에서 프랑스에 대한 책들을 살펴봤다. 여행기나 여러 여행 정보를 담은 책. 등등이 있었다. 지금은 솔직히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보편화되어서, 좋은 에세이를 찾기가 쉽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 에서이는 드물었다. 그냥 딱딱한 여행 정보를 팸플릿처럼 제공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프랑스에 대한 여행책들 역시도 그랬다. 당시에 유럽 붐(?) 이 일어나서, 너도 나도 유럽을 찍어야지라는 허세 어린 사회 시각이 있어서, 그 영향 때문인가, 유럽 여행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들은 획일적으로 맛 집, 지역, 교통수단 등등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정보만 원한다면 그 책들이 이 책보다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뭔가 나는... 콘셉트가 있고 누군가에게 프랑스 파리에 대한 썰을 듣고 싶었었다. 주변에 파리를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뭐, 단편적으로 일방적인 칭찬 내지는 뭐 그런 부분만 들려서 실망하던 차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은 재미있는 부분이,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가 저술한 것으로, 결혼 직후 파리에서 2년간 살았고 토론토에서 1년을 프리랜서로 학생 신분으로 지낸 경험이 있었다. 약력을 보니 꽤나 특이했고, 파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책 자체도 기존의 여행책들처럼 정보만 툭 던지는 것이 아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그렇게 조곤조곤 파리에 대한 부분들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래픽 디자이너라 그런지 사진 기술이 참 뛰어났다. 책은 가벼움과 나름의 진중함, 그리고 파리의 색채 3박자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파리의 색채는 여행객의 색채가 아닌 생활의 색채가 있었었다. 이런 여행 책의 필수 요소, 책에서 그 도시의 향이 나와야 한다. 책에서 그 도시의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합격점이다.

 

에세이처럼 글도 좀 있으면서, 파리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곤조곤하고 있으면서도, 여행 정보나 깨알같은 팁들을 챙기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진들에 대해서도,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을만한 그런 부분도 있었고, 굳이 파리를 가지 않더라도 도시의 느낌을 온전히 전하는 데에는 충실한 가이드였다.  

 

그래서 과연 파리를 갔을 때, 이 책의 도움은 받았느냐고? 음... 음식점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모르겠다. 책에서 말하는 프랑스인들의 에티켓 등도 들어맞는듯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 부분은 파리의 이방인이자 여행자인 나와 생활인이었던 저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내가 방문했던 파리와, 저자의 책에서 풍겨져 나오는 냄새가 얼추 일치했었다. 그래서 이 책은 파리의 모습을 온전히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파리 근교에 샹티라는 곳에 이모 집에서 얼마간 거주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부단히 파리로 나가서 파리의 기운을 느끼려고 엄청 노력했었었다. 그때의 거주 경험, 프랑스에서의 생활의 느낌과, 이 책이 전해주는 파리의 느낌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어쨌든 가볍게,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출간된 지 꽤 지난 책이라, 그리고 내가 파리를 가 본지 꽤 오래돼서, 이 책에서 전하는 내용이 틀릴 수도 있고, 이 책이 알려주는 정보가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2007년도에 나온 책이니... 이런 장르의 여행 책은 최신의 신속한 정보를 업데이트해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이 책도 생명력이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과거의 지난 파리의 모습, 그 냄새를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싶다. 예쁜 사진 자료와, 특출나지 않지만 무난한 에세이형 글들, 그리고 생활상의 파리의 모습, 파리의 구석구석이 담긴 팁... 등등 어쨌든 책은 아담하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아무튼 요즘은 이보다 더 좋은 여행 에세이집들이 많이 나와서 이 책의 메리트가 없지만, 당시엔 괜찮은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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