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좋다.
강원도를 다니면서, 버스에 오르며, 나는 이 작은 책을 봤었다. 분량도 분량이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집중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만큼 법정 스님의 문체는 간결하고 깔끔했으며, 중언부언하지 않았다.
 
책은 법정 스님의 가장 대표적인 에세이다. 에세이라는 주제는 사실 리뷰하기가 꽤나 까다롭다. 중구난방적인 시각과, 일관성이 없는 내용들의 집합이므로, 중심 속성을 뽑아내 리뷰를 진행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장르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에세이를 읽을 때 서평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남기고 싶었다.
 
책의 내용과 책의 주제를 하나로 뽑아내기란 어렵다.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스님의 성찰이 담겼으니까 압축시키기도 힘들고 압축시킬 필요성도 사실 못 느낀다. 책의 주제는 다소 여러 부분으로 나뉘었지만, 그래도 하나로 모아 표현해보면 글이 참 '따뜻했다.'
 
책도 가벼웠으며, 글도 가벼우면서 따뜻했고, 그 가벼움 속에 진중함이 묻어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은 성찰들도, 스님을 거쳐 표현되면, 맛깔지게 요리된 진미가 되어, 나의 뇌를 색다르게 자극했다.
 
쓸데없는 허영과 가식이 없었으며, 쓸데없는 힐링을 전파하고 있지도 않았다. 책 속에서는 스님의 진솔한 고민과 반성이 그대로 묻어져 나왔다. 스님은 책에서 우리를 가르치는 듯 이야기하고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작은 책은 스님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임을, 그래서 스님은 가식적으로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으려고 책을 쓰지 않았으며, '누군가'를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으로 우열적으로 판단하여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맑은 영혼이 쓴 글은 맑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스님의 글이 그렇다. 맑고 투명한 글을 읽다 보면 얼굴가에 미소가 잔잔히 흘렀다. 그래서 나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이 책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아쉽다. 스님은 돌아가시기 전, 스님의 글을 절판시켰다. 물론 스님은 세상에 '말'을 너무 많이 하신 감은 있다. 숱한 에세이집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스님의 글은 프리미엄이 붙었고,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 했다. 다른 책들은 모르겠으나, 이 '무소유' 만큼은 절판시키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스님은 <어린왕자>를 최고의 경전으로 여겼다. 나에겐 이 작은 책 <무소유>가 그런 존재다. 숱한 힐링을 외치는 책들보다도, 법정 스님의 단출한 글에서 나는 영혼의 정화를 시도했었다. 스님의 겸손과, 스님의 따뜻함을 본받고 싶었다.
 
글은 좋은 글들이 많다. 과거에 쓰신 글이지만, 지금 세상에도 그대로 통용되는 글들이다. 문체에 대한 부담도 없다. 구하기가 힘든 책이라서 아쉬울 뿐이지, 구할 수 있다면, 집에 꼭 한 권 쯤은 있어도 될 만한 가치 있는 책이다. 힘들어하는 영혼, 그리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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