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레거시 Gundam Legacy 1
나츠모토 마사토 지음, 장민성 옮김 / 길찾기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만화책을 집어봤다. 만화책을 봐도 교양 만화를 주로 봤던 나에게, 정말 만화스러운 만화를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주말을 맞아, 막내 이모 집에 놀러 갔었다. 그곳에 가니 이모부께서 주문하셨던 건담 신작 만화책이 있어서 훑어봤었고, 정독했다.

어릴 때 만화를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드래곤볼이었고, 그리고 몇몇 만화책을 봤었다. 청소년기에는 코난보다는 김전일을 애독했었으며(아직도 애독하고 있다.) 성인이 돼서 만난 만화는 건담이다.

내가 건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로봇 만화물이라는 설정도 있지만, 기존의 로봇 만화들이 추구하는 권선징악의 주제로부터 벗어난 부분.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구 연맹과 지온 공화국 두 세력은 어떻게 보면 선과 악으로 볼 순 있겠으나, 사실 작품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선악의 구분이 없어지고,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악이 없이, 어우러져 이야기가 진행된다. 따라서 주인공이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작품도 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본질적인 타락은 해소하지 못하는 스토리 전개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나는 현실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건담 시리즈는 여러 시리즈가 있지만, 가장 대우받는 것이 '우주세기' 시리즈다. 이 건담 레거시는 정통 우주세기 시리즈의 외전 격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레거시라는 작품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외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다. 우주세기의 여러 이야기들을 짧게 짧게 그리고 있는데, 종국에 가서는 그 짧은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연결되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외전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보면 본편의 인기에 맞춰 나온 것으로, 본편의 명성을 빌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외전에서 가장 보이기 쉬운 오류는 본편의 명성을 빌려오고 본편 이상으로 더 뛰어난 연출과 설정을 보여주는데 노력하고, 그것이 과해버리면 작품의 설정 자체가 무너지고 깨지는 경우도 숱하게 있었다.

건담 역시도 정통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라인 <기동전사 건담 - 기동전사 건담Z - 기동전사 건담ZZ- 역습의 샤아> 이 라인들은 크기 괴리감이 없이 전개된다. 그러나 건담 시리즈가 흥행하다 보니 저 사이사이에 외전 작품들이 들어서게 됐고 그것 때문에 설정이 붕괴되거나 수정되는 적도 많았다. 골수 팬들 역시도 그런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순수 혈통' 건담 라인을 수호하기 위해 외전 건담들을 배격하는 형태 등도 많이 자행됐었다.

이 레거시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뒀는지, 과하지 않고 튀지 않게, 전개가 흘러가고 있었다. 즉 원작의 분위기는 최대한 살리면서, 원작의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외전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건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건담 이야기도 나오지만, 작품 내에서는 '건담'의 활동보다는 양산기들의 활동에 주력을 맞추고, 건담 로봇 전투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인물 간의 해석에도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으며, 내가 유심히 봤던 대목은 3권 초반에 검은색으로 칠한 양산형 건케논2이 활약하는 장면이었다. 기존의 건담 시리즈처럼 원 오브 원(특수 제작 로봇, 양산이 아닌 한 대를 목표로 만든 로봇 - 건담이 대표적인 예다.) 모빌슈츠의 영웅주의적 활동보다, 양산기가 이렇게 활약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아무튼,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던 우주세기 시리즈의 외전으로, 건담의 골수 팬들이라면 추천할 만한 도서가 아닐까 싶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곤, 2권 후반부에 여성들의 수영복 신이나 여성들끼리의 질투심을 내세웠는데, 이 부분은 칙칙한 밀리터리 로봇 만화물인 기존 건담에게서 볼 수 없었던 남성들을 위한 '서비스' 신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전개는 우주세기 시리즈 건담에게서는 볼 수 없고 비우주세기 건담에게서 자주 보이는 신이라서 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진중함으로 밀고 나갔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도 있었다.

어쨌든 가볍고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며, 건담 팬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내가 추천 안해도 뭐 다 보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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